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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가 악동이라고요? 국립공원 내 안락사 지침 개정해주세요"

입력
2022.1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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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안락사 지침 개정 요구하는 설악산 고양이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환경부는 2019년 고양이의 조류 공격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 시도된 고양이 목에 목도리를 달아주는 정책을 시행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www.birdsbesafe.com 홈페이지 캡처

환경부는 2019년 고양이의 조류 공격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 시도된 고양이 목에 목도리를 달아주는 정책을 시행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www.birdsbesafe.com 홈페이지 캡처

저는 강원 인제군 설악산국립공원에 사는 고양이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들고양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사는 장소, 즉 주택가에 살면 '길고양이', 공원이나 산에 살면 '들고양이'로 나뉘어서입니다. 단순히 호칭으로만 구분되는 게 아니라, 관리 주체나 적용 법률이 다르죠.

길고양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리를 맡고,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만 들고양이환경부 소관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적용되지요. 길고양이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법상으로는 보호 대상입니다. 반면 들고양이는 설치류나 조류를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유해동물 취급을 받으며 '들고양이 포획·관리지침'에 따라 처리됩니다. 지침에 따르면, 야생동물이나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 포획을 허용하는데, 생포 후 처리방안은 '안락사', '불임수술과 재방사', '학술연구용 제공'입니다.

최근 설악산국립공원 내 고양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 시민이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 또한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보고 고양이를 살처분한다고 오인해 온라인으로 민원제기를 독려한 겁니다. 지난달 말부터 국립공원공단과 상급 기관인 환경부,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제기가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국립공원 내 악동? 실제 개체수는 줄고 있어

설악산국립공원에서 고양이를 살처분하지 말라는 민원이 빗발치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해명 글. 인스타그램 캡처

설악산국립공원에서 고양이를 살처분하지 말라는 민원이 빗발치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해명 글. 인스타그램 캡처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고양이 복지도 중요하지만 새 등 작은 동물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등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2019년에는 환경부가 '생태계 해치는 악동 들고양이 관리 강화한다'는 제목으로 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서식밀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관∙자궁절제술(TVHR)을 하고, 새가 미리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들고양이에게 목도리를 씌우는 방법을 계획했는데요. 결국 해당 수술을 할 병원 부족과 목도리를 착용시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립공원 내 고양이 수는 늘고 있을까요.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2015년 포획 개체수는 442마리에서 2019년부터는 200마리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268마리였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동안의 중성화 수술이나 포획 후 다른 곳에 풀어주는 이주방사로 그 수가 줄어드는 추세임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윤리적 차원에서 살처분하지 않고 포획한 고양이는 모두 '중성화 후 재방사'(TNR)하고 있지요.

국립공원공단이 밝힌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개체수와 포획수 추이.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캡처

국립공원공단이 밝힌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개체수와 포획수 추이.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캡처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 가운데 안락사 규정은 삭제하고, 길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중성화된 개체에 대한 방사 원칙 등의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며 지침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환경부는 지침 첫 항목에 둔 안락사의 순서를 뒤로 변경하는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안락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인데요. 조만간 지침 개정안을 만들 예정입니다.

안락사 규정 악용 우려... 생태계 영향부터 분석해야

고양이 목에 새보호 목도리를 씌운 모습. 환경부 제공

고양이 목에 새보호 목도리를 씌운 모습. 환경부 제공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는 중성화 수술 후 제자리 혹은 이주방사가 개체수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문화된 '안락사' 규정을 유지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채일택 동자연 정책팀장은 또 "고양이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게 먼저"라고 얘기합니다. 실제 2019년 환경부가 관련 정책을 시행하면서 근거로 든 '도시와 시골에 서식하는 한국 배회고양이의 먹이자원과 서식밀도 비교' 연구는 2013년에 발표된 한 대학 석사논문으로 연구 대상 역시 아파트와 주택가, 일반 농촌을 각 3곳씩 조사한 것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미 사문화된 안락사 규정을 삭제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실제 동물학대∙동물사체 사진을 공유한 오픈채팅방 참여자들은 "길고양이가 아닌 들고양이를 합법적으로 포획해 죽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규정이 살아 있다면 언제든 고양이 학대 근거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또 앞서 고양이를 안락사시키려면 그 이유와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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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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