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서울이 과녁" 위협… 정부 "도적이 매질" 역공

입력
2022.11.24 17:00
김정은 동생 김여정, 담화 통해
'서울이 과녁' 노골적 엄포 내뱉어
94년 "서울 불바다" 협박 연상
29일 '핵무력 선언' 5주년 맞아
추가 고강도 도발 가능성 제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서울을 과녁으로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28년 전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대남 위협이다.

이에 정부는 “도적이 매를 든다”고 역공을 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포함한 또다른 고강도 도발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北, 윤 대통령 거론하며 "천치바보"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강변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고조시키면서 남남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윤 대통령 비난에 열을 올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현직 대통령 실명 비난 및 비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북한 '백두혈통'이 윤 대통령을 실명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벌써 3번째다. “윤석열의 망언과 추태"(김정은, 7월 28일),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김여정, 8월 19일)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지난 9일 국방부에서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이 북한 미사일 잔해물 추정 물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방부사진공동취재단


28년 전 ‘서울 불바다’ 표현만 바꿔… 극한 위협

특히 김 부부장이 문재인 정부를 언급하며 '서울 과녁' 운운한 것은 바꿔말하면 현재 서울이 북한의 군사표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특사교환 실무접촉 당시 박영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차관급)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꺼낸 의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김 부부장은 또 “미국이 던져주는 뼈다귀나 갉아 먹으며 돌아치는 들개에 불과한 남조선 것들”이라고 남측을 맹비난했다. 이어 “제재 따위나 만지작거리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렸다면 진짜 천치바보이며 멍텅구리”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북한이 18일 ICBM을 발사한 후 외교부가 연일 대북 독자제재를 강조하자 불만은 여과 없이 표출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 담화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이어 대북 추가 제재가 도발의 명분과 빌미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제재를 통한 압박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데 대한 초강경 경고”라고 평가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통일부 “도적이 매를 든다”… 국방부 “金에 동의할 사람 아무도 없다”

정부도 거친 언사로 북한에 반격했다.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국가 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고 체제를 흔들어보려는 불순한 기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박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 책임은 전적으로 불법 도발을 하는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다.

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현장에서 김여정(뒷줄 맨 왼쪽)이 환호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발 명분' 쌓기에 광분… 추가 도발 카드는 무엇?

북한은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김 부부장의 막말에 가까운 선동은 내부 결속과 향후 도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김여정의 담화는 사실상 김정은을 대리하는데 이번 담화를 통해 ‘서울이 과녁’이라고 천명하면서 핵 타격 대상이 한국임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해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남한을 더욱 무시하고 더욱 고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당장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 발언 자체가 격정적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예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핵실험은 의외로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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