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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베팅 중독' 베트남인들, 일본·사우디 승리에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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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드억(안 돼)! 쩌이 어이(이럴 수가)…"
#. 22일 저녁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카페 거리가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경기 중계를 보고 있던 베트남인들이 탄식과 절규를 쏟아냈다. 약체로 평가받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포진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 다음 날 저녁 같은 거리. 더 크고 깊은 탄식과 절규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일본 대표팀이 '월드컵 우승 후보' 독일을 2대 1로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자 거리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왜일까.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의 선전에 질투를 느낀 걸까.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베트남을 꺾었기 때문에 질투가 더 깊었던 걸까. 아니다.
사회문제가 된 베트남의 '축구 경기 베팅 중독 현상' 때문이다.
24일 더타오 등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의 깜짝 승리 이후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 중고차 매매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승리를 확신하고 거액을 건 이들이 잃은 돈을 메꾸기 위해 급히 자산 처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한 중고차 매매상은 "'차를 내놓고 싶다'는 연락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이 오고 있다"며 "더 급한 사람들은 전당포에 차를 맡기고 급전을 받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인들의 '발'인 오토바이도 무더기로 중고시장에 나왔다. 지난 이틀 동안 오케이쎄 등 중고 오토바이 매매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은 평소보다 30%나 증가했다. 베트남에선 오토바이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23일 하노이 도심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메시만 믿고 아르헨티나 승리에 거액을 베팅한 내가 바보"라며 "당장 버스를 타고 다니더라도 오토바이부터 팔아 돈을 구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베트남의 축구 경기 승패 도박은 오래된 사회 문제이다. 주말이면 유럽 축구리그에 베팅을 한 인파가 전국의 카페에 모여 단체 응원을 한다. 베트남 공안(경찰)도 인지하고 있지만, 범죄로 볼 수 있는 거액이 아니면 눈감아주는 것이 관행이다.
베트남에 만연한 축구 베팅 중독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영국의 스포츠 베팅 업체 랜드브로크(Ladbroke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인들의 해외리그 축구 베팅 규모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5%에 해당하는 110억~180억 달러(14조~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월드컵 시즌이 되면 베팅 규모가 평상시의 3배 이상 늘어난다"며 "공안이 특별 단속을 해도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모든 베팅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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