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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 표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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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돌아왔다. 11월 들어 동네 마트는 입구부터 평소와 다른 풍경이다. 무더기로 쌓아놓은 배추, 무에 갖가지 즐비한 김장 재료들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뿜어내는 건강한 기운으로 동네가 활기차다. 집집마다 다채로운 맛과 색의 김치를 담그는 김장 잔치는 단풍 시기처럼 추운 북쪽에서 시작하여 차례차례 남쪽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참여하는 '매스게임'이다.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은 양념 준비부터 재료 다듬기, 썰기, 절이기, 씻기, 버무리기, 묻히기, 담기 등 그 많은 일거리에 너나없이 달려든다. 깍둑썰기, 어슷썰기, 채썰기는 얼추 짐작이 가지만, 어설픈 사위는 '짜작짜작하게/쪼작쪼작하게/돔박돔박하게/듬뿍듬뿍하게' 경상도 장모님이 말씀하시는 여러 모양의 썰기 주문이 매년 익숙지 않다. 코로나 탓에 두 해를 건너뛰고 삼 년 만에 모여 만드는 김장은 새삼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몇 해 전 김치 관련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힘들다(3위)'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사랑(1위)', '맛있다(2위)'가 우세한 여론이라는 동향을 보였다.
고(故) 이어령 선생은 '김치는 홀로 있는 음식도, 독자적인 맛을 지닌 음식도 아니다. 밥이나 다른 음식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맛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고 했다. 가족, 이웃과의 정을 나누는 김장의 결과물인 김치 그 자체도 한국인의 어우러진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천년의 역사를 함께해 온, 우리 삶의 일부이자 민족의 소중한 먹거리에 빗대어 '김치녀', '된장녀'와 같은 차별 표현을 쓰는 일은 그래서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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