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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의 '열정'은 살아 있다. 지성 탑 쌓고 공동체 삶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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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ㆍ사ㆍ철(인문ㆍ사회ㆍ철학)이 위기라지만, 연구자들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통해 우리도 비로소 한국 사회학사(史)를 톺아볼 책을 갖게 됐다.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주파한 '타자철학'을 통해 '타인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는 분열의 시대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게 한다.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예술의 지적ㆍ예술적 유산을 새롭게 발굴한 ‘혁명의 넝마주이’, 중세 유럽 흑사병 유행 시기에 예술 작품에 나타난 죽음의 춤(토텐탄츠)을 국내 처음으로 연구한 ‘토텐탄츠와 바도모리’도 연구자의 집념과 개성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냉전과 새마을’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새마을 운동의 원형이 일제의 집단부락 정책에 있음을 흥미롭게 추적했다. 중국 공산당 연구를 집대성한 ‘중국의 통치 체제’, 여든넷 원로 학자의 완숙함이 빛나는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수영, 시로 쓴 자서전’은 김수영의 생애를 시를 통해 재구성했다. 초기 천주교회 역사를 방대한 사료와 치밀한 고증으로 재구성한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는 이견 없이 본심에 올랐다.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정수복 지음ㆍ푸른역사 발행
‘왜 한국 사회학자는 선배 학자의 삶과 학문에 관심이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책. 집필 기간 10년에 200자 원고지 7,000장에 달하는 역작. 1940년대 시작한 한국 사회학의 발자취를 총망라하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학계에 대한 애정과 함께, 비판적 성찰이 돋보인다.
▦타자철학
서동욱 지음ㆍ반비 발행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하고, 난민과 성소수자를 향한 낙인과 편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선거에서도 혐오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진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 퐁티, 들뢰즈 등 현대 철학 거인들의 사상을 세밀하게 검토하면서 어떻게 타자와 공존할지를 사유한다.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
노서경 지음ㆍ마농지 발행
장 조레스는 프랑스인들이 진영을 넘어 가장 흠모하는 정치인이다. 좌파 사회주의자이지만 인간을 앞세운 인본주의자, 계급혁명이 아니라 보통선거와 의회통치를 통해 개혁이 가능하다고 믿은 의회주의자다. 그의 정치활동을 돌아보며 정치, 사회, 계급, 자유의 길을 탐구한다.
▦토텐탄츠와 바도모리
서장원 지음ㆍ아카넷 발행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 때 발생한 예술인 ‘토텐탄츠’(죽음의 춤)와 ‘바도모리’(관련 문자)의 기원과 전개를 면밀히 들여다본 참신한 연구서다. ‘죽음 앞에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여러 시대에 걸쳐 유럽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과정을 살펴본다.
▦냉전과 새마을
허은 지음ㆍ창비 발행
새마을 운동은 그간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프로젝트로 인식됐다. 저자는 이를 냉전과 안보 측면에서 분석한다. 일제가 만주국에서 벌인 ‘전시체제’가 냉전 속 박정희 정권에서 부활했다는 주장이다. ‘잘살아 보자’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이 서로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었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중국의 통치 체제1ㆍ2
조영남 지음ㆍ21세기북스 발행
중국의 지배자라고 하면 시진핑 주석을 떠올리지만, 그 뒤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 1921년 창당 후 지금까지 중국을 주무르는 동력을 파헤친다. 파편적으로 연구되던 공산당의 특징과 조직, 운영 방식을 망라하고 평가와 전망까지 담았다. 30여년 중국 정치를 연구한 저자의 역작이다.
▦양자역학을 어떻게 이해할까?
장회익 지음ㆍ한울아카데미 발행
책은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 놓여 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인 양자역학을 둘러싼 여러 오해를 친절하게 해소한 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고전역학으로는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기에 대안적 존재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원로 물리학자인 저자의 열정이 빛난다.
▦김수영, 시로 쓴 자서전 1921~1968
김응교 지음ㆍ삼인 발행
저자는 시인 김수영(1921~1968)의 등단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장 치열하게 써낸 작품 72편을 통해 문학적 삶을 조명했다.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지성인이자 문학인인 김수영의 드라마틱한 삶, 빼어난 문학작품을 역사의 흐름과 교차하며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혁명의 넝마주이
김수환 지음ㆍ문학과지성사 발행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유산을 되돌아본 책이다. 요즘 익숙한 주제는 아니지만,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책은 1926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발터 벤야민의 기록을 통해 소비에트라는 시공간을 탐구하며 혁명의 문화적 기억들을 조명한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정민 지음ㆍ김영사 발행
1770년대 천주교 태동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조선을 뒤흔든 서학의 소용돌이 이면을 살폈다. 치밀한 연구와 고증으로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천주교와 역사학계가 내부 논리로 서학을 편파적으로 해석했다고 꼬집는다. 조선 지성사를 탐구해 온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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