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체력검사' 딜레마

입력
2022.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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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 여성 경찰 지원생이 순환체력측정 체험을 하고 있다. 경찰은 2023년 채용부터 현장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순환체력측정을 실시한다. 뉴스1

2019년 5월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동영상이 퍼졌다. 2인 1조 남녀 경찰관이 술 취해 난동을 부리는 남성 2명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이 나이가 들어보이는 피의자를 제대로 체포하지 못하고 주위에 “남자분 한 명 나와보세요”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노인 하나 제압 못해 동료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여경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 경찰 체력검사는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좌우악력 측정이다. 종목은 남녀가 동일하지만 평가기준이 다르다. 예컨대 여성 지원자가 1,000m 달리기에서 만점(10점)을 맞아도 남성기준으로 1점밖에 안 된다. 이런 체력 검정 방식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경찰에서는 “체력이 좋은 사람으로만 경찰을 뽑는다면 운동선수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나 범죄자에 맞서려면 '경찰은 체력이 기본'이라는 통념과 맞설 수는 없었다. 대림동 사태 이후 경찰이 검토한 ‘여경 체력 검정 개선 방안’은 크게 3가지. 남녀 동일종목에 동일기준을 적용하는 방안, 동일종목으로 평가하되 기준을 차등하는 방안, 성별과 상관없이 일정 기준통과 여부만 보는 것이다.

□ 내년 7월부터 여경 지원자들도 체력검사를 할 때 정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하게된다. 지금까지는 무릎을 대고 무릎 아래는 바닥과 45도 각도를 유지했는데 내년부터는 남성지원자처럼 정자세로 해야 한다. 여경들 체력향상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과도기 방식이다. 2026년부터는 경찰에 지원하려면 성별과 무관하게 4.2kg 조끼를 입고 장애물 코스 달리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코스를 기준시간 내에 통과하면 합격하는 방식(순환식 체력평가)으로 바뀐다.

□ 물론 이 방법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남녀가 동일하게 순환식 체력평가를 실시하면 남성 합격률은 96%, 여성은 11%에 그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다. 가정폭력ㆍ성범죄ㆍ아동학대 등의 증가로 경찰 내 여경 필요성도 늘고 있는데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경찰 내 여경 비율은 12~13%로 정부부처 평균(48.2%)의 4분의 1도 안 된다. 시민들을 안심시키면서도 여성들의 경찰 진출 기회를 차단하지 않을 묘수가 필요하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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