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유리 천장 깨고... 월드컵 첫 본선 무대 여성 심판 탄생

입력
2022.11.23 15:58
수정
2022.11.23 16: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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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에서도 최초 여성 주심이었던 프라파르
여성 심판 6명 가운데 처음 본선 경기장 밟아
FIFA 심판위원장 "일반적인 일로 인식되길"

프랑스 출신 스테파니 프라파르(왼쪽 두 번째)가 2021년 3월 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라트비아의 카타르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암스테르담=AP 연합뉴스

프랑스 출신 스테파니 프라파르(왼쪽 두 번째)가 2021년 3월 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라트비아의 카타르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암스테르담=AP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본선 경기 첫 여성 심판 기용'으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웠다. 여성 인권 문제로 비판받는 중동 국가 개최 월드컵에서 오히려 92년간의 유리 천장을 깬 사례가 탄생한 셈이다.

23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폴란드와 멕시코의 경기엔 여성 심판 스테파니 프라파르(39·프랑스)가 대기심으로 나섰다. 대기심은 주심이 사고를 당할 상황에 대비하는 일종의 '예비 주심'이다. 하프라인 옆 양쪽 벤치 사이에 서서 선수 교체 등을 관할한다. 프라파르는 이번 월드컵에 기용된 여성 심판진 가운데 처음으로 본선 경기장을 밟았다.

그는 월드컵 예선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3월 열린 유럽 예선 G조 2차전 네덜란드와 라트비아의 경기에서 여성 최초로 월드컵 주심을 맡아 경기 전체를 이끌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당시 경기를 두고 “프라파르는 흠잡을 만한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 자격증을 딴 프라파르는 이미 여러 차례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 프랑스 3부리그, 2014년 프랑스 리그2를 거쳐 2019년에는 여성 최초로 프랑스 리그1 심판이 됐다. 2020년 12월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 주심으로 배정되면서 또 한 번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선정 최우수 여성 심판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FIFA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총 6명의 여성 심판을 기용했다. 프라파르와 야마시타 요시미(36·일본), 살리마 무칸상가(34·르완다) 심판이 주심으로, 네우자 백(38·브라질), 카렌 디아스(38·멕시코), 캐스린 네스비트(34·미국)가 부심으로 선정됐다. 체력 소모가 큰 남자 월드컵에서 여성 심판이 뛰는 건 주·부심 여부와 관계없이 1930년 첫 대회 이래 최초다. 무칸상가는 개막 직전 열린 심판 미디어데이에서 "여성이 남자 월드컵에 참가하고, 여기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피에를루이지 콜리나(62) FIFA 심판위원장은 “여성 심판들을 이번에 배정하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노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우린 성별이 아니라 능력을 중요시한다. 앞으로 주요 대회에 여성 심판을 기용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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