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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제세동기 품고… 에릭센 '팀 내 최장' 12.5㎞ 뛰었다

입력
2022.11.23 00:10
수정
2022.11.23 00: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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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심정지 이후 첫 월드컵 출전
덴마크, 튀니지와 1차전에서 0-0 무승부


덴마크 축구대표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22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D조 1차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덴마크 축구대표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22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D조 1차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3일(현지시간), 1년 미뤄진 2020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 경기가 한창이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 전반 42분 핀란드를 상대하던 덴마크 선수 한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빠르게 심각성을 파악한 선수와 심판은 의료진을 긴급 투입했고, 일부 스태프들은 선수의 모습을 팬과 중계카메라가 잡지 못하도록 가렸다. 덴마크 에이스이자, 한때 손흥민(30)과 토트넘에서 단짝을 이뤘던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이었다.

심장이 멈췄던 에릭센은 기적처럼 깨어났다. 빠른 심폐소생술에 이은 병원 이송으로 심장은 다시 뛰었지만, 선수 생활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당시 그가 뛰던 인터 밀란이 소속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규정상 심장 제세동기를 삽입한 채 경기를 뛸 수 없었던 탓이 크다. 그럼에도 에릭센은 필드 복귀 의지를 드러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다시 무대를 옮겼다.

올해 초 브렌트포드FC로 이적했던 에릭센은 지난 7월 '빅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영입되며 완벽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는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무대에 섰다. 앞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뛰었던 그에게는 이전과 다른 의미의 월드컵 무대다. 에릭센은 대회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정지 후 다시 뛰기 시작한 첫날,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그런 에릭센은 22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D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새롭게 꿨던 꿈을 이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보답할 것"이라고 약속했던 그는 팀의 코너킥을 전담하며 부지런히 경기장을 누볐다. 결정적인 장면도 맞았다. 후반 24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주로 쓰던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위력적인 중거리 슛을 때렸지만, 상대 골키퍼 손에 걸렸다.

직후 그가 올린 코너킥도 덴마크의 결정적 득점 기회로 이어졌지만, 공이 골대를 맞으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됐지만, 에릭센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에릭센은 이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거리인 12.5㎞를 뛰었고, 가장 많은 16차례의 크로스를 올렸다. 심장 제세동기를 품고, 양질의 활약을 펼쳤다는 얘기다. 첫 승점을 올린 덴마크는 나흘 뒤 프랑스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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