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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력시장, 한전 회생대책 시급하다

입력
2022.11.23 04:30
25면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모습. 연합뉴스

3분기까지 한국전력의 영업적자가 22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최우량 등급의 한전채가 10월까지 23조 원 넘게 발행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시장에서 구축되었다. 적자로 인한 한전의 위기가 자금시장으로 확대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전 재무 악화의 근본적 원인은 연료비 급등으로 비싸게 구매한 전력을 원가 이하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10월 전력도매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h당 253원까지 오른 반면 전기판매단가는 아직 11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기요금은 정책적 통제로 원가 반영이 어려운 탓이다.

만약 한전이 ㎾h당 50원의 손해를 보며 전력을 판매한다면, 작년 전력 다소비 상위 30개 기업의 소비량(102TWh)만으로도 5조 원 넘는 손실이 발생한다. 민간발전사들은 전력도매가격 급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작년 영업이익에 맞먹는 실적을 기록했다. 한전의 적자로 수요자인 기업과 생산자인 민간발전사의 이익이 확대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채권발행한도 상향이나 은행대출은 한전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긴급정산 상한가격은 민간발전사들의 반발로 시행이 지연되긴 하였으나, 최근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안을 내놓는 등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소매시장을 자유화한 유럽은 오히려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전력가격 급등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발전사 규제가 주를 이룬다. 스페인은 작년부터 비화석연료 발전사의 초과이익을 환수하고 있으며, EU도 12월부터 발전사 수익상한과 화석 연료기업 연대기여금 부과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시장 충격을 한전 홀로 감당하기에는 누적된 적자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발행 한도에 근접한 한전채는 5.9%까지 오른 금리에도 유찰되고 있다. 한전이 전력구입비용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전력거래가 중단되고 발전사들도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날씨, 수급,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의해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다. 겨울철 수요가 예상보다 증가하면 천연가스 가격은 언제든 급등할 수 있고, 전력도매가격도 ㎾h당 300원을 넘을 수 있다.

전례 없는 최근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원칙만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한 시장주의에 불과하다. 전력시장이 스스로 안정화되도록 방치하기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한전의 대응능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전이 빚으로도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한전의 적자는 국민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다. 파국이 닥치기 전, 이제라도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김종호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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