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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딸' 파격 공개… 北 김정은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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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 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어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해주시며 국방과학자, 전투원들을 열렬히 고무해주시고….”
(북한 노동신문 19일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2일 만에 잠행을 깼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성능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현장에 나타났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다. 베일에 싸여있던 백두혈통 '딸'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둘은 놀이공원에 온 것마냥 손을 잡고 ICBM 코앞에서 걸어다니는가 하면, 발사장면을 함께 바라보는 파격을 연출했다.
‘봉건 왕조’나 다름없는 북한 체제 특성에 비춰 장차 후계자가 될지도 모를 어린 '공주'를 대중에 공개한 셈이다.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의 다양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특히 18일 쏜 '화성-17형' ICBM은 미국 동부 워싱턴과 뉴욕까지 공격할 수 있어 묵과할 수 없는 무기다. 이른바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긴 고강도 도발에 해당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 딸이 등장하면서 국제사회 시선은 북한 ICBM에서 멀어진 모양새다. 대신 김 위원장 가족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 킴 미국 랜드연구소 분석관은 19일 AFP에 “우리는 김씨 일가의 4세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며 “그의 딸은 분명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아버지에 의해 단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 행사 당시 김 위원장 부부가 인공기를 흔드는 어린 소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각별하게 대한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이 소녀가 김 위원장 딸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날 공개된 김 위원장의 ‘자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20일 이번 발사에 대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의 힘과 위용"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 투발 수단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그런 무시무시한 미사일 발사현장에 혈육인 딸을 데리고 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가족들에게 ICBM 개발과 성공을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과, 가족을 동반함으로써 보통 사람의 지도자성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우리 아이들이 영원히 전쟁을 모르고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살게 되였으니 이 얼마나 감격적인 일인가”라고 전했다. 상대에게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ICBM 발사가 북한의 미래인 ‘아이들’을 안전하게 해준다고 강변한 셈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상징했던 ‘어버이 수령’ 이미지를 김 위원장에게 고스란히 덧씌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보통 지도자’, ‘어버이’ 면모를 과시하려던 의도가 되레 역효과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어느 지도자가 어린 10살짜리 아이를 사람을 파괴하고 죽이는 무기를 개발해 발사하는 곳에 보여주려고 데려가는 그런 모습을 보이겠나”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의 판단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발사현장에는 김 위원장과 딸은 물론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모두 나왔다. 이를 두고 북한이 ‘4대 세습’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일은 김정은의 만 8세 생일날부터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후계자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정일은 ‘나를 닮아서’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자녀가 아직 어리지만 북한 후계구도가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ICBM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의 딸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가 앞으로 김정은의 국가 핵전략 무력강화 노선을 이어간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양 교수는 “냉전 때 김일성이 (장녀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도 데리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람이 후계자가 됐느냐”며 “후계구도를 염두에 뒀다면 우상화와 함께 딸보다 아들을 내세웠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후계자의 조기등판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우상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딸을 공개한 것은 후계자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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