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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상륙한 뮤지컬 'K팝'의 헬렌 박 "한국이 더 큰 꿈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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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감정을 잘 풀어내는 K팝은 말로 다 표현 못하는 감정을 노래에 담아내는 뮤지컬과 통하는 데가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으로 뮤지컬 팬과 K팝 팬이 하나가 되는 즐거운 경험을 매일 하고 있죠."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미국 콘텐츠 업계의 K스토리를 향한 구애가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 브로드웨이로까지 번지고 있다. 애플TV플러스가 한국 이민자 이야기를 한국계 창작진과 선보였듯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이 한국 창작진과 함께 한국적 소재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 서클인더스퀘어 시어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해 27일 정식 개막하는 뮤지컬 'K팝(KPOP)'은 K팝 솔로 가수와 그룹의 이야기로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 유키스 출신 케빈 우, 미쓰에이 출신 민, 스피카 출신 김보형 등이 출연한다. 2017년 오프브로드웨이 아르스노바 극장 공연의 흥행을 토대로 조이 판스(Joey Parnes)와 팀 포브스(Tim Forbes)가 메인 프로듀서로 나섰다. 판스는 뮤지컬 '헬로, 돌리!', '젠틀맨스 가이드 투 러브 앤 머더' 등으로 토니상을 수차례 받은 베테랑 브로드웨이 제작자다.
이 뮤지컬의 음악을 작사·작곡한 이는 헬렌 박(36·한국명 박현정). 브로드웨이의 첫 번째 아시아 여성 작곡가가 된 그를 최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만났다. 그는 "루나를 비롯한 배우 18명이 한꺼번에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는 등 여러 면에서 처음인 게 많은 작품"이라며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나 '왕과 나'처럼 브로드웨이에 고착된 동양의 이미지가 아닌 젊고 현대적인 아시아인 캐릭터를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사와 가사에 자막 없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쓴 작품도 'K팝'이 처음이다. 공연 정보지 '플레이빌'의 제작진과 출연진 소개도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버전으로 넣었다. 이에 대해 박 작곡가는 "한국 문화를 있는 그대로 담은 영화 '기생충'에 전 세계가 공감했듯 좀 더 당당하게 K팝을 원형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굳이 가사가 아니어도 음악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게 K팝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한국어는 이해 못 해도 음악이라는 언어는 이해하리라 믿었다"고 덧붙였다.
부산 태생으로 뉴욕대 대학원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한 그는 대본을 맡은 이민 1.5세대 극작가 제이슨 김, 뉴욕에서 실험극으로 유명한 아르스노바 극장과 함께 2014년부터 이 작품을 기획했다. 아르스노바 극장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한 뒤 뮤지컬 소재로서 K팝에 주목하다 두 한국 창작자와 연결됐다. 박 작곡가는 "그때만 해도 아르스노바는 K팝이 새롭고 특이한 장르여서 관심을 보인 것"이라며 "2017년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할 즈음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서도 주목받으면서 이제 K팝을 이국적 음악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미국 시장 진출 노력이 주된 내용이었던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와 달리 이번 공연은 화려한 삶과 인간적 면모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돌 가수의 감정적 혼란 위주로 내용이 수정됐다.
아르스노바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인기작인 랩 뮤지컬 '해밀턴'을 만든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린 마누엘 미란다의 초기 활동을 지원한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박 작곡가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와 유산을 뮤지컬 형식으로 잘 일궈낸 린 마누엘 미란다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종연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으로 개막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 작곡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브로드웨이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K팝'이 오래도록 공연돼 한국 관객, 이민자, K팝 팬 등 다양한 관객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계약으로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는 날도 꿈꾼다. 특히 'K팝'이 한국에서 공연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한다.
"한국에서 'K팝'이 공연되면 정말 특별할 것 같아요. 제게 정말 중요한 게 한국 분들이 이 쇼를 보고 자랑스러워하시고 공감하시는 거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게는 한국이 브로드웨이보다 더 큰 꿈의 무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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