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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빛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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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복이 와요'는 1969년에 시작하여 20여 년간 방영된 추억의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우리는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웃음 사냥꾼'들과 보냈다. 일요일, 이른 저녁을 먹은 식구들이 둘러앉아 '웃음판'을 펼치던 기억을 흑백사진처럼 가지고 있다. 식구들의 얼굴이 조롱조롱 달린 '웃음꽃'은 힘들고 지칠 때면 어느덧 기억에서 환하게 되살아난다.
한국말에는 웃음의 소리와 표정을 전하는 표현들이 많다. 우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은 크고 환하게 웃는 '함박웃음'이다. 소리 없이 눈으로만 가만히 '눈웃음' 잘 짓는 친구도 있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웃음'만 짓는 새침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뭐가 그리 즐거웠던지 배꼽을 잡은 '배꼽 웃음'은 옛 벗들과 나눌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웃음소리는 누군가의 도량을 가늠하게 한다. 큰소리로 시원하고 당당하게 '너털웃음'을 터트리거나 호탕하게 '호걸웃음'을 지으면 통이 큰 사람으로 보인다. 반면에 채신없이 웃는 '염소웃음', 교활하고 간사스러운 '여우웃음', 경망스럽게 키드득거리는 '까투리웃음'은 그 사람을 가볍게 만들어 버린다.
웃음이라고 어디 다 좋을 수가 있으랴. 쌀쌀한 태도의 '찬웃음'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아픈 기억이다. 어이가 없어 마지못해 나오는 '쓴웃음'은 비수보다 더 날카롭다고 하지 않는가? 수다스럽게 너스레를 떨면서 웃는 '너스레웃음', 마음에도 없이 겉으로만 웃는 '겉웃음'이나 '억지웃음'은 누군가의 마음을 투영하고, 아무 생각 없이 문득 웃는 '허청웃음'은 허전한 내 마음인가 싶다.
웃음 중 단연 최고는 '배냇짓'이다. 어떤 계획도 요구도 달리 없었지만, 잠든 아기가 살포시 짓는 맑은 웃음은 앞에 있는 어른을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깨진 기왓장에 남은 옛 얼굴의 미소가 천년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오래전 텔레비전 속에서 웃기려 애쓰던 그들도, '뭐가 그리 우습냐'며 어린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빛' 띠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셨다. 그래도 우리네 삶은 '웃음기'를 먹어야 살아진다. 짧은 시간 동안의 '반짝웃음'도 좋고, 가볍고 작게 자주 웃는 '깨알웃음'도 좋다. '웃음보따리'를 떠들썩하게 풀어내던 어느 집 안방이 아니라 해도, 혹은 천년을 넘을 미소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은 어떤 웃음이든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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