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취재 제한이 '헌법 수호'라는 尹 대통령

입력
2022.11.19 04:30
23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 말미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하려는 MBC 기자를 제지한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왼쪽)이 기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 말미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하려는 MBC 기자를 제지한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왼쪽)이 기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1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써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헌법이 부여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도 헌법 수호를 위해서라니, 어불성설이다. 급기야 대통령실과 여당까지 나서서 질문을 제지하고 광고로 겁박하며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에 편승하고 있다.

MBC가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이며 “국민들의 안전 보장과 관련된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용기 탑승 제한은 불가피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9월 방미 중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한미 동맹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비속어 논란을 일으킨 건 대통령 자신이다. 사실관계를 해명하거나 유감 표명부터 하고, 언론에 정정 보도나 반론 게재를 청구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 절차 없이 논란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긴 게 헌법 수호와 무슨 관계가 있나.

이날 문답 현장에선 들어가려는 윤 대통령에게 “뭐가 악의적이냐”고 묻는 MBC 기자를 대통령실 비서관이 “예의가 아니다”라며 막아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MBC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를 열거한 자료도 배포했다. 대통령 부부와 정부 비판이 노골적이란 내용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떴다. 김상훈 의원이 17일 MBC 광고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옹호하며 기업들을 간접 압박하더니, 18일엔 박성중 의원이 김 의원의 발언은 “공영방송을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라고 거들었다. 한국기자협회 성명처럼 “정권의 눈밖에 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의 보도가 불쾌하거나 시각이 다르다고 해서 취재 제한을 정당화할 순 없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언론을 통제하겠단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다. 언론관을 바로잡지 않는 한 “자유롭게 비판하시기 바란다.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 있다”는 대통령 발언은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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