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복지 경쟁하던 빅테크들... 이젠 앞다퉈 마른수건 쥐어짜기

입력
2022.11.18 15:06
수정
2022.11.19 03: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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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식사·간식 제공 줄이거나 없애
비용절감 차원 각종 혜택 대거 삭감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베이 뷰' 캠퍼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구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베이 뷰' 캠퍼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구글 제공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회계부문이 17일(현지시간) 소매사업부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연말 파티 규모를 축소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아마존은 최근 1만 명 안팎의 대규모 해고에 돌입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중이다. 회사는 이메일에서 "우리는 과거 몇 년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며 "비대면 모임을 우선시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미국 회사들은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직원과 배우자 등이 참석하는 파티를 여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존은 이를 자제하라며 사실상의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아마존은 원래도 비용을 아끼는 '짠돌이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사무실에 비치해 두는 간식거리를 아끼거나, 출장 시 항공편을 이용해야 할 땐 경영진이라도 일반석 탑승을 의무화하고 있다. 원래부터 비용 절감으로 악명 높은 아마존이 마른 수건까지 짜내라는 지시를 내리자,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가 검소함을 넘어 사악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간식이 끊이지 않는 사무실, 삼시세끼 산해진미가 오르는 구내식당, 미용과 마사지 서비스, 사유를 따지지 않는 재택근무 보장에 무제한 유급 휴가까지. 그간 미국의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이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이유 중 하나는 이 같은 화려한 사내 복지였다. 그러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주던 복지 혜택을 거둬들이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수년간 빅테크들은 빡빡한 채용 시장에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급여와 특전 경쟁을 벌여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예산 삭감, 성과 압박, 정리해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탁, 발렛 없앤 메타... 머스크는 "무료 점심 안 줘"

올해 초 메타가 세탁, 드라이크리닝 서비스와 주차대행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메타는 또 무료 식사 배식 시간을 단축하고, 음식을 집으로 싸가는 것도 금지했다. 트위터 역시 최근 직원 대상 무료 점심 제공을 중단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는 본사 배식 서비스에 연 1,300만 달러를 쓰는데, 평균 소비율은 10%도 안 된다"며 제공 중단을 지시했다.

실리콘밸리 일대의 구글 직원들 사이에서도 최근 "구내식당 메뉴가 부쩍 줄었다"는 푸념이 나온다. 앞서 구글은 매니저들에게 사업상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직원 출장을 승인하지 말라는 방침도 내렸다. 올해 4월만 해도 구글은 2년 만에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을 위해 그래미상 수상 가수인 리조의 콘서트를 열었는데, 불과 반년 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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