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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스타 장만위 전남편, 쇠락의 시대 영화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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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67)는 대중적이지 않다. 영화광들이나 환호할 인물이다. 그는 칸영화제 단골손님이다. ‘퍼스널 쇼퍼’(2016)로 감독상을 받았고, ‘클린’(2004)으로 홍콩배우 장만위(張曼玉)에게 여자배우상을 안겼다.
아사야스 감독은 장만위의 전남편으로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1998년 결혼했고 2001년 이혼했다. 둘은 영화 ‘이마 베프’(1996)를 촬영하며 사랑을 키웠다. ’이마 베프’는 아사야스의 출세작이다. 프랑스 흑백 무성영화 ‘흡혈귀들’(1915)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장만위는 주인공 이마 베프를 연기했다. 드라마 ‘이마 베프’는 영화 ‘이마 베프’를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일어나는 사연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영화에 대한 드라마인 셈이다.
스웨덴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미라(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이마 베프 연기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한물간 감독 르네(뱅상 맥켄ㆍ아샤야스의 분신이다)는 이마 베프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옛 영화 ‘흡혈귀들’에서 이마 베프를 연기한 배우 무시도라(1889~1957)에 대한 성적 판타지까지 지녔다.
드라마는 외견상 좀 복잡해 보인다. 흑백영화 화면이 종종 등장하고 영화 ‘이마 베프’의 장면들이 끼어든다. 드라마 촬영장에서 찍은 영상이 흑백영화와 맞물리며 ‘흡혈귀들’의 내용을 전하기도 한다. ‘흡혈귀들’을 오마주하기도 하고, 영화 속 장만위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장만위를 연상시키는 르네의 옛 아내 제이드(비비언 우)가 유령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언뜻 지루해 보이나 잔재미가 만만치 않다. 촬영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이 웃음을 부른다. 몇몇 배우는 자신의 역할이 돋보이고 싶어 내용 수정을 감독에게 요청한다. 감독은 멱살을 잡거나 배우를 드라마 속에서 죽이는 식으로 대처한다. 독일 배우 고트프리트(라르스 아이딩어)는 코카인 없인 연기를 하지 못하거나 늘 술에 취해 있다. 촬영장은 늘 위태롭다.
드라마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린 영화 신세를 자조하면서도 영화의 본질과 진정성에 대해 말하려 한다. 르네는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은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촬영하는 영화의 길이가 단지 길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흡혈귀들’을 촬영할 때 열차가 달리는 선로에 엎드려 연기했던 무시도라의 사연을 소개하며 영화에 대한 옛 열정을 돌아보기도 한다. 미라는 르네와 작업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르네와 함께 ‘영화적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고트프리트의 말은 아사야스 감독의 마음을 응축한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촬영장의 광기 때문이다.”
크게 2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찍고자 하는 드라마 내용과 촬영장 안팎 사연이 교차한다. 고전 영화를 잘 모르는 시청자로선 ‘흡혈귀들’이라는 옛 작품을 접하게 된다. 아사야스의 사생활(장만옥을 여전히 연민하거나 자신 때문에 이혼에 이르렀다는 회한)이 슬쩍 드러나 영화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예술영화는 있으나 예술드라마는 없다. 아마 이런 드라마에 어울리는 수식이 아닐까. 미국에선 OTT HBO맥스에서 지난 6월 공개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6%, 시청자 5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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