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진상 구하기’, 국정조사 명분마저 퇴색

입력
2022.11.18 04:30
27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박홍근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박홍근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검찰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16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민주당의 총력 방어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구속되면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재명 대표를 향할 것이란 위기감이 배경이다. 하지만 당 전체가 ‘정진상 구하기’에 나서는 게 적절한지 내부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 15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이 PPT파일을 활용해 검찰 수사내용을 반박하고, 의원들에게 ‘대장동 Q&A’ 방어용 책자가 배부된 건 낯 뜨거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정 실장이 평소 청렴하고 동료에게 인덕이 있어 리더십을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담겼다고 한다.

당 대변인의 공식 대응도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김 부원장이 체포된 지난달 19일 이후 검찰수사 관련 공식 논평이 30여 건에 이른다. 김 부원장이나 압수수색 당시 정 실장의 입장문은 모두 당 공보국이 전파했다. 대장동 사건은 천문학적 돈이 몇몇에게 흘러간 희대의 비리 의혹이다. 당 공조직이 정 실장 방어에 나선 데 대해 조응천 의원이 “당무와 무슨 관련 있나. 성남시장, 경기지사 재직 시 있던 일인데 왜 당이 나서느냐”며 이 대표가 대선후보가 된 이후의 일부터 당이 개입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얼굴도 모르는 당대표 측근들까지 엄호해야 하느냐’는 내부 불만을 한 귀로 흘려선 안 될 일이다. 특정 당직자의 개인비리 의혹을 당 전체가 뒤집어쓰려는 모습은 정상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 의도가 의심받는 건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당의 책무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분리해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현안에 집중하기 바란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아픔을 대변하고 정권을 추궁하는데 다른 여유가 있을 상황인가. 이 대표는 예산정국과 이태원 국정조사 추진의 명분마저 퇴색시키는 ‘정진상 방탄’ 논란을 직시하고 당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의지를 국민과 당원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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