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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백세] 어르신 태권도 “너무 건강해져 130살까지도 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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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잃어버렸던 일상이 차츰 돌아오고 있다. 완전한 코로나 종식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테지만 계속 움츠러들 수는 없는 일. 국민 건강에 중요한 생활스포츠도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맞게 기지개를 켰다. 방역 수칙에 따라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다르게 적용되지만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마음은 다 똑같다. 다시 뛰는 생활스포츠, 그 현장을 돌아봤다.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태권도는 신체 활동성이 높은 운동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태권도 학원에 다녔다거나, 남자라면 군대에서 태권도를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만 격렬한 운동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쇠약한 노년층에는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편견은 깨라고 있는 법이다. 최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거모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하얀 도복을 깔끔하게 갖춰 입고 구령에 맞춰 허공으로 주먹을 힘차게 내질렀다. 발끝도 예상보다 단단했다. 그간 코로나19로 집에만 머물렀던 답답함을 시원하게 날리고, 마음만큼은 여전히 청춘이라는 걸 알리는 주먹 지르기와 발차기였다. 가끔 몸이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동작도 있었지만 태권도로 활력을 찾은 어르신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코로나19는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생활체육 참여율을 축소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 주 1회 이상 규칙적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2013년 43.4%에서 2019년 66.6%까지 크게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60.1%로 뚝 떨어졌고, 2021년에도 60.8%에 그쳤다. 주 2회 이상 참여율도 2019년 52.2%에서 2020년 47.0%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방역의 틀 안에서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취약계층의 체육 활동 여건 조성을 위해 2019년부터 시작한 태권도진흥재단의 ‘희망나눔 교실’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참가 인원을 2019년 2,208명에서 지난해 2,767명, 올해 2,850명으로 확대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도 마스크를 90분 수업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벗지 않고 태권도 기본 자세와 기술, 품새 등을 착실하게 배웠다.
태권도의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책임진 조병길(39) 사범은 “노년기에 접어드는 분들에게 태권도는 자신감과 활력을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어르신들은 활동성이 떨어지고 근력이 급격히 감소하는데 근육 유지와 함께 유연성 운동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첫 수업을 진행할 당시만 해도 어르신들이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왔지만 지금은 기본 동작은 가뿐히 소화한다고도 했다.
조 사범은 “처음엔 다리만 들어도 쓰러지실 것 같았는데, 이제 발차기도 얼굴 높이까지 가능하다”며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수업 진행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올해는 단 한 분도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고 수업이 중단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이미 벌써 태권도 사랑에 푹 빠져 있었다. 이달 초를 마지막으로 올해 수업이 끝났지만 계속 진행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아픈 무릎이 태권도를 하면 좀 나을까 해서 참여한 박옥열(72)씨는 “내 건강이 좋아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 어려운 운동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다”며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고, 다리도 태권도를 하면서 다 회복됐다”고 밝혔다.
어르신 중 가장 날카로운 주먹 지르기를 선보인 고수남(77)씨는 “아유, 다른 말 할 것 없다. 내 어깨 한번 만져 봐”라면서 “태권도로 이렇게 다져진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예전부터 태권도를 해 보고 싶었는데 같이 할 사람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다”면서 “직접 태권도를 하니까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지고 행복하다. 이러다 130살까지 살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집에만 있던 답답함을 태권도로 털어냈다는 금순자(77)씨는 “어깨가 자주 아팠는데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 통증이 싹 사라졌다. 손도 쭉 뻗고 스트레칭도 하니까 혈액 순환도 잘 되더라. 글러브를 치는 소리도 팍팍 나는 게 스트레스도 날려준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권도는 손주와도 소통 창구가 된다. 마명자(68)씨는 “손주에게 할머니가 태권도를 한다고 말하니까 많이 놀라더라. 그래서 ‘할머니한테 까불면 태권도로 혼내주겠다’고 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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