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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원 부자 수학영재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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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Bankman-Fried
샘 뱅크먼프리드(30)는 괴짜들 집단으로 여겨지는 가상화폐 업계에서 그래도 반듯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는 미 스탠퍼드대 법학과 교수 부부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라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다닌 수학 영재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해 지난해 미국 부자 순위 32위를 차지했으며, 400대 부자 중 유일한 20대였다. 지난주까지도 재산이 156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했던 그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난 쫄딱 망했다”는 글을 남기고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 뱅크먼프리드의 극적인 몰락은 가상화폐 시장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순간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가상화폐가 폭락하던 지난 6월 그 취약성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가상화폐 코인 가치가 ‘탈중앙화 금융(Defi)’이란 수상한 플랫폼을 통해 불투명하게 결정된다. 둘째 가상화폐 관련 자매 기업 간 불법적 내부자 거래로 가치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제도권 금융과 달리 대량 인출 사태 같은 위기를 막을 안전망이 전혀 없다. 이 모두가 FTX 파산 과정에 적용된다.
□ 더 큰 문제는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여러 코인의 가치가 비트코인 등 몇몇 코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 하락장에서 우량 코인마저 동반 추락하는 사슬이 된다. 가상화폐 시장을 한꺼번에 파괴할 폭탄의 뇌관은 ‘코인 대출’이다. FTX 같은 코인거래소는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고 코인을 빌리는데, 거래소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이자를 제시해 위험을 키운다.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를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실체는 서로 묶인 채 곳곳에 폭탄이 숨겨져 있는 위태로운 탑인 셈이다.
□ FTX 파산신청 후 위기가 업계 전체로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수순이다. 과도한 차입, 무모한 투자, 위험한 담보는 과거 대형 금융 스캔들의 공통점이다. 첨단 금융이라는 가상화폐 현 상황도 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최악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올 상반기 최악의 ‘코인런’이 발생하는 시점을 비트코인 가치가 1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때라고 예상하며, 그럴 가능성을 낮게 봤다. 15일 현재 비트코인은 1만6,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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