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의 파상 압박, 궁지 몰린 北의 선택은

입력
2022.11.14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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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백악관 "북한 도발 계속되면 군사력 강화"
북한, 조여오는 압박에 '숨 고르기' 가능성
"김정은 위원장, 기존 전략 포기하진 않을 것"
ICBM·SLBM 발사, 7차 핵실험 열려 있어

북한이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한 지난 5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의 B-1B가 전개된 모습. 뉴시스

북한이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한 지난 5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의 B-1B가 전개된 모습. 뉴시스

한미일 3국이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단호한 대응'을 거듭 강조하며 7차 핵실험을 향해 질주하는 북한의 고삐를 낚아챘다.

이에 북한은 14일 별다른 무력시위 없이 맞대응을 피했다. 딱히 거친 표현으로 반발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다만 그간의 전례에 비춰 북한이 고분고분하게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일정 시간 숨 고르기를 끝낸 북한이 언제 다시 도발에 나설지 모를 일이다.

한미일 정상 "핵 포함 모든 방어역량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으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로 했다"는 한미일 정상의 대북 강경 메시지를 전문가들은 의미 있게 평가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약화시키려고 경고성 도발을 해왔는데 오히려 3국 공조가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추가 핵실험에 한미일이 강력한 힘으로 대응하겠다고 했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도 "북한 도발 시 괌에 전술핵 배치 가능성 등을 열어뒀는데 이는 (북한의 뒷배인) 중국이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이에 북한은 일단 움츠러들 공산이 커 보인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에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를 확인한 뒤 핵실험 여부 등을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12월 중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한 해를 결산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음 달 초까지 핵실험이 없다면 올해를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관계 악화하면 북한의 전략적 유연성 커져…향후 도발 늘 수도"

북한 내부 사정도 군사도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경제 상황이 극도로 침체된 탓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연말까지) 경제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40일 전투'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향후 김 위원장이 강공 전략으로 선회할 여지는 충분하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일 정상회담 성명은 중국을 겨냥하려는 의도가 크다”면서 “미중관계가 악화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이 더 커져 오히려 잘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중 대립의 반사이익으로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는다면 도발에 나서더라도 운신의 폭이 그리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이 준비하는 무력도발 카드도 적지 않다. 이달 초 발사에 실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재차 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도 북한의 선택지에 놓여 있다.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7차 핵실험은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다. 문 센터장은 "집권 10년을 맞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운 핵과 미사일 역량 강화를 내부에 보여주려 군사도발로 긴장을 고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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