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대북 공조'에 한목소리... '과거사 해법' 간극 여전

입력
2022.11.13 22:00
수정
2022.11.13 2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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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만의 대면서 북핵 대응·인태전략 공감
대통령실 '강제동원 문제' 직접적 언급 없어
기시다 "강제동원 문제 조속한 해결에 일치"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프놈펜=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프놈펜=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고도화하고 있는 북핵·미사일 위협이라는 공동 현안을 고리로 한 공조 의지와 인적 교류를 강조한 자리였지만,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후 양자 회담을 가졌다. 한일 정상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첫 양자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약 2개월 만에 다시 대면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국이 관계 복원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두 정상은 양국 간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강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회담과 비교할 때 일본 측의 태도가 다소 우호적으로 변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으로 발표한 반면,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격을 낮췄다. 회담 전에도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언론은 "회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하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 반면 이번 회담은 일본 정부도 '정식 회담'으로 표현했고, 당초 예정된 30분보다 길어진 45분간 회담이 진행됐다. 한일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북핵·미사일 위협'이라는 공동 안보 의제가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 정상은 이날 상대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환영을 표했고, 양자 회담 직전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는 온도차가 감지됐다. 대통령실은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 정상은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강제동원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것인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회담 결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 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기로 재차 일치했다"고 답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9월에도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말로는 왔다 갔다 했지만 결국 만나지 않았나"라며 "자민당 내 반대 의견도 많지만,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한일관계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으로 돌아온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등 일본 국내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 적극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 호응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양국은 9월 정상 간 대면 이후 10월 국장급, 차관급 협의를 잇따라 열고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 측 민관협의회 등에서 논의된 '일본 전범기업의 사죄 및 피해자를 위한 재원 조성 참여'에 대해 일본 정부와 기업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준기 기자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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