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 후퇴 선언했던 장제원·권성동 조기 귀환...내홍 재현 우려도

입력
2022.11.14 04:30
수정
2022.11.14 10:18
5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원조 '윤핵관'이 돌아왔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런 말들이 자주 나온다. 지난 8월 '2선 후퇴'를 선언했던 장제원 의원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권성동 의원이 이태원 참사 이후 목소리를 키우며 당무에 적극 참여하면서다.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껏 낮은 자세를 취했던 석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안팎에 머물면서, 이대로 가면 친윤 세력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윤핵관 복귀'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던 장 의원은 '대통령실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다. 최근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김은혜, 강승규 두 대통령실 수석을 퇴장시킨 게 발단이었다. 장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를 겨냥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걱정이 된다" "의원들 사이에 부글부글했다" 등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마침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도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장관도 지켜주지 못하고,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공개 발언을 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여당 대응에 아쉬움을 느낀 '윤심'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 의원도 이 같은 대통령실 분위기를 읽고 공개 행보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았던 권 의원도 최근 '친윤계 구심점 확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차기 당권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3일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등과 청년 정치 모임을 공동 주최한 것도 지난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2030세대로 지지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다. 장 이사장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청년 그룹과는 노선이 다르다. 윤핵관이 친윤계 중심으로 청년 그룹을 재편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핵관이 조기에 재등판한 배경엔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30%대에서 답보하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1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8월 1주차 조사에서 24%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석 달째 30% 안팎 박스권에 갇혀 있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을 정조준하는 등 여권에 호재가 적지 않은 상황임에도 야권에 밀리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 의원이 12일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태원 참사) 애도 연기, 위선과 패륜"이라며 거칠게 비판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태원 참사 등으로 인해 지지율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자, 원조 윤핵관들이 구심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친윤계가 결집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윤핵관이 조기에 귀환하면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노출되는 시기도 빨라진다는 게 문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 등에 전략 없이 끌려간다는 당내 비판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당 내홍을 초래한 윤핵관의 귀환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발 심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가 14일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갖는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당 운영 방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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