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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더 안 주면서"... 일본 지자체 공무원들의 승진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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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시청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28세 남성입니다. 주임 이상으로 승진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책임지는 역할을 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출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하지 않는데 소위 ‘출세 부서’로 이동했습니다. 승진 코스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생활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일본 포털 야후의 고민상담 코너에 올라온 질문 중 일부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데 승진을 하고 싶지 않으니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내용이다. 실제 최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승진을 바라지 않는 지자체 공무원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승진 시험을 실시한 광역지자체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13곳의 지자체를 조사했더니 적어도 8곳에서 시험 응시율이 10년 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곳은 가와사키시로, 2012년 56.0%였다가 2021년엔 45.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사이타마현은 65.9%에서 57.8%로, 교토시는 22.8%에서 18.8%로 낮아졌다. 응시율이 가장 낮은 지자체는 나고야시로, 2019년부터 10%를 밑돌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지자체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공무원 승진시험을 도입한 이유는 연공서열이나 특정 간부의 입김 대신 실력 위주로 책임자를 발탁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험의 존속이 위태로운 수준으로 응시율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 이유는 시험을 치르는 부담 때문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계장 승진시험 응시자격을 30대 초·중반에 부여한다. 이미 직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업무도 바쁘고,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시험 공부 할 시간을 내기 여러운 나이다.
더 근본적 원인은 관리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공무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와사키시 인사과 내부조사 결과 "앞으로 더 책임 있는 보직을 맡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직원이 60%를 넘었다.
계장, 과장 등 관리직을 맡게 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언론 대응이나 국회 출석 등 책임지는 일이 늘어난다. 야근을 많이 하는데 초과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도 기피 원인이 되고 있다. 월급도 오르고 직무수당도 받지만 초과 근무수당은 없어지기 때문에 야근을 하더라도 부하 직원보다 실수령액이 적어지는 역전 현상까지 생긴다.
지방 현청 공무원으로서 겪는 일을 익명으로 연재하는 한 블로거는 “관리직이 되는 것은 단지 명예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사명감이나 명예욕이 강하지 않고 사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요즘의 일본 젊은이에게 승진은 ‘계륵’이 돼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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