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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40%가 앓는 만성콩팥병… 20년 만에 치료 길 열려

입력
2022.11.14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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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최범순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재무이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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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30세 이상 10명 가운데 1명꼴로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걸린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으로 인해 투석이나 콩팥이식 같은 신(腎)대체 요법이 필요한 환자는 지난 10년 새 2배 이상 늘어나 10만 명을 넘어섰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손상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지속적으로 혈뇨나 단백뇨가 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몸속 정수기 역할을 하는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고 노폐물이 점차 쌓이면서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혈압이 올라가고, 뼈가 약해지거나 빈혈, 신경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진다.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당뇨합병증으로 콩팥이 망가져 투석이나 콩팥이식 외에는 손쓸 수 없는 상태로 진료실을 찾은 환자를 만날 때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혈액 투석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 가운데 당뇨병이 40.8%를 차지했다.

콩팥과 당뇨병은 얼핏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뇨병으로 인해 고혈당이 지속돼 혈관이 손상되면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덩어리인 콩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 질환은 고혈압ㆍ사구체염 등 다른 원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보다 빠른 속도로 콩팥 기능이 약화되고, 생존율도 낮은 편이다.

또한 주 3회 의료기관을 방문해 혈액투석을 하거나 복막투석을 하는 것 역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당뇨병성 콩팥병 치료의 목표는 투석이나 콩팥이식에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기존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의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보고도 특별히 쓸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신장내과 전문의로 항상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 콩팥에 직접 작용해 염증과 섬유화를 막고 콩팥 손상을 억제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당뇨병성 콩팥병 신약이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이 분야에서 신약 허가는 20년 만의 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약은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1차 복합 평가 변수인 말기 신부전, 추정 사구체 여과율의 40% 이상 지속적 감소, 콩팥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18% 유의하게 줄였고, 심혈관 관련 2차 평가 변수도 위약 대비 좋은 결과를 보였다.

콩팥 손상 억제 효과는 물론 심혈관 혜택까지 확인한 이 약제는 기존 치료제들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효과를 나타내기에 진료 현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환자 치료에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늘고 있는 당뇨병과 합병증인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로 인해 많은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서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당뇨병성 콩팥병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허가된 신약이 신장내과 전문의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이러한 위기에서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많은 신장내과 전문의들의 기대처럼 행정 절차가 빨리 마무리돼 콩팥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의 문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최범순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재무이사)

최범순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신장학회 재무이사)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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