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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급감에 트라우마까지... 이태원 상인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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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평상시 같았으면 '불금'의 설렘으로 들뜨기 시작할 시간이지만, 거리에서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2주 전 참사가 발생한 골목 뒤편 세계음식거리는 더욱더 한산하고 스산했다. 참사 이후 현장을 통제하던 폴리스라인이 이날 해제됐지만 여전히 무거운 공기가 거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6일부터 이 일대 주점이나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참사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몇 있다. 삼삼오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으로 향하는 추모객들만 눈에 띌 뿐,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에 드나드는 쇼핑객은 거의 없었다.
이날 저녁에도 세계음식거리는 불과 몇 군데만 문을 열 정도로 썰렁했다. 손님이 없어 혼자 가게에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골목으로 나와 서 내 대씩 줄담배를 피우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태원 상인들 중엔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들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매출마저 급격하게 줄면서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린다. 참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모(42)씨도 요즘 들어 텅빈 가게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이태원역 추모공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A씨는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어요. 평소(참사 직전) 금, 토, 일 합해서 3,000만 원은 됐는데 지난 주는 300만 원이더라고요. 저녁 6시, 9시에 문을 닫아야 했던 코로나19 때랑 비슷한 수준이죠"라며 한숨을 지었다.
핼러윈부터 연말까지는 이태원에서 연중 최고 특수를 누리는 시기지만 올해는 수입을 아예 없는 걸로 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헤쳐나가기가 더 쉽지 않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 같은 고민을 입 밖에 내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A씨는 "희생자나 부상자들 생각하면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라며, "그날(10월 29일) 그때 (경찰이) 딱 2명 있었어요. 골목 안에 스무 명 정도만 있었더라도..."라며 안타까워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자마자 닥쳐온 어려움이 절망스럽다고 말한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B(61)씨는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상권이 위축돼 힘들었다가 이제야 다시 살아나나 싶었는데, 손님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 (참사) 이전의 이태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상인들은 가게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거나, 진열된 상품만 만지작거리며 남모르게 한숨만 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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