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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의 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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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2주가 지났다. 그사이 본인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정부 책임자는 아무도 없다.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은 본인이 안전의 '컨트롤 타워'라고 인정하면서도 경찰만 질타했다. 치안사무 관장을 위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한다던 행안부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본인에게 없다고 한다. 국가의 책임을 캐묻는 외신기자에게 국무총리는 어이없는 농담으로 대응했다. 참사 당시에 총리의 표현대로 "국가는 분명히 없었음"에도 국회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은 장관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요구는 후진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의 이태원 참사 관련 질문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지에 쓴 글씨로 마침표를 찍었다.
심지어 책임은 고사하고 전(前)정권 탓으로 돌리는 정치공세까지 서슴지 않는다. 여당의 전 국회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사고 원인을 전(前)정권이 매뉴얼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법무부 장관은 경찰 자체 수사의 문제를 묻는 기자에게 '검수완박'법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매뉴얼 없이도 이제껏 질서유지 경찰 인력은 잘 배치되어 왔고, 검찰청법상 경찰에 대한 수사권은 여전히 검찰에 있다. 이를 알았다면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지난 2주간 정권 핵심 인사들의 말과 행동은 참사로 입은 시민들의 깊은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
우리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을 헌법개정의 궁극적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방과 치안이고, 그 목표는 시민들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중 최고는 당연히 생명이다. 생명을 지켜야 인간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존엄과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상 국가의 최고의무는 시민의 생명보호의무이다. 국가가 시민들의 생명보호에 실패하면 그 정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말처럼 수사를 통해서 개별행위의 책임자들에 대해 '딱딱'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발언은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은 형사책임이 아니다. 막연하게 형사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헌법상의 책임,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헌법상 책임은 형사책임과 달리 당연히 추상적이다. 현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검찰총장 당시에도 스스로 헌법주의자라고 했던 대통령이 왜 대통령이 되고서는 형사책임을 기준으로 삼는가. 형사책임은 개인으로서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 지는 것이고, 대통령으로서 져야 할 책임은 헌법상 책임이다. 이 당연한 요구를 막연하다고 하는 것은 형사책임을 가리는 검사가 할 말이지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주의자인 대통령에게 부탁한다. 6개월 전에 했던 헌법 제69조의 이 취임선서를 꼭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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