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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7명 투신한 인천대교...안전펜스 설치 안하나? 못하나?

입력
2022.11.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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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높이고 안전 장치 설치" 대책 나와도
운영사 "하중 증가해 다리 안전 위험" 난색
민자사업이라 정부가 강제할 수 없어
허종식 의원 "정부·운영사 서로 책임 떠넘겨"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 인천시 제공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 인천시 제공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안전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난간을 높이거나 안전 펜스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지만 대교 운영사는 교량의 안전을 이유로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정부마저 "민자사업자라 강제할 수 없다"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 이 때문에 운영주체와 정부가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6일 인천대교에서는 날마다 비극이 발생했다. 30대 남성(4일), 50대 남성(5일), 20대 남성(6일)이 잇따라 추락해 사망했다. 모두 하나같이 차량을 세우고 갑자기 뛰어내렸다.

2009년 개통된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국내 최장(21.4㎞) 교량이다. 개통 이후 해마다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극단적 선택으로 보이는 투신 사고가 늘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인천대교에서 투신한 사람은 모두 17명(사망 16명)으로, 2020년 4명(사망 3명), 지난해 9명(사망 8명)에 비해 급증했다. 해경 관계자는 "자세한 사연은 알지 못하지만 경기 불황과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 폭락 같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만 17명 투신... CCTV·경고방송 무용지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대교의 투신은 곧장 죽음으로 이어진다. 인천대교를 떠받치는 주탑 부근 도로의 높이가 화물선이 지나가도록 설계돼 무려 74m에 이른다. 아파트 30층과 비슷한 높이라 바다로 추락하면 생존하기 쉽지 않다. 해경관계자는 "물에 다리나 엉덩이가 먼저 떨어지면 의식이 있어 허우적거리다가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하지만, 높이가 워낙 높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인천대교 주탑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인천대교를 운영하는 사업자인 '인천대교㈜' 상황실에서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현행법상 인천대교에서 차량의 정차는 금지돼 있으며, 주탑 근처에서 차량이 멈춰 사람이 난간 쪽으로 다가서는 경우 즉시 '위험하니 빨리 이동하라'는 취지의 경고 방송과 함께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게 된다.

하지만 상황실 감시만으로는 계속되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 해경관계자는 "차량이 멈추는 순간부터 뛰어내릴 때까지 시간이 너무 짧아 손쓸 방도가 없다"며 "뛰어내리기 어렵도록 난간의 높이를 높이거나 안전 펜스와 다른 예방 구조물을 설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자사업 정부 책임 아냐... 운영사는 30년만 운영"

해양경찰청 간판. 해경청 제공

해양경찰청 간판. 해경청 제공

안전 구조물 강화 대책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5~6월 5건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인천시는 6월 18일 인천시자살예방센터에서 인천대교 운영사 관계자를 만나 안전 난간 설치를 재차 요구했다. 당시 인천대교 측은 "투신 방지를 위해 철제 재질의 난간을 추가로 더 높게 설치하면 하중이 증가해 교량에 무리가 가서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난색을 표하며 "안전 난간 설치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속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인천대교주식회사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자사업자라 안전 대책을 강제할 수는 없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6일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인천대교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로가 아니니까 시설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민자도로는 얼마 안 있으면 정부에다 기부채납 해야 되니까 헛돈 들일 필요 없어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천대교에서 추락하는 곳은 전 구간이 아니라 (주탑 근처 일부이기) 때문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면) 100%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니 촉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운영사를 다그치지만 인천대교 측은 '30년간 운영 후 국가에 기부채납' 해야 하는 입장이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형국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에 이미 인천대교㈜와 점검회의를 해서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확실히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더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추락방지 시설만으로도 큰 효과"

보건복지부가 2021년 7월 발표한 '교량 자살예방 시설 권고안 개발 연구' 보고서에서 자살 고위험 교량은 난간 높이를 최소 2.8m 이상으로 하고 난간에 손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나 발이 닿는 부분은 미끄러지도록 회전체를 활용해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7월 발표한 '교량 자살예방 시설 권고안 개발 연구' 보고서에서 자살 고위험 교량은 난간 높이를 최소 2.8m 이상으로 하고 난간에 손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나 발이 닿는 부분은 미끄러지도록 회전체를 활용해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철강 재질의 난간 높이를 올리는 게 어렵다면 추락방지 시설이나 안전 펜스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교량 투신자살 방지시스템 개선에 관한 연구'(2020년 최용태)에서는 "마포대교에서 난간의 높이를 2.5m로 높이고, 난간의 상부를 교량 안쪽으로 기울여 회전식 부품을 달아 쉽게 투신할 수 없도록 하자 자살 시도자가 26.5%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7월 공개한 '교량 자살예방 시설 권고안 개발 연구' 보고서에서 자살 고위험 교량은 난간 높이를 최소 2.8m 이상으로 하고 난간에 손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나 발이 닿는 부분은 미끄러지도록 회전체를 활용해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난간 위로 넘어가기 어렵도록 난간 상부를 교량 안쪽으로 굽은 형태로 제작하거나 인천대교에 이미 설치된 과속단속카메라로 시속 30㎞ 이하로 주행하는 차량을 감지해 교량통제센터에서 집중 감시하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해경과 소방 측은 "투신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주탑 부근만이라도 하루빨리 안전장치가 설치돼 안타까운 인명 사고를 방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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