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상부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 기구로서 참사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있다지만, 수사 대상을 경찰서·소방서·구청 등 현장 대응 책임 기관으로 한정해놓고 상급 기관이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양상이다.
특수본은 참사 사흘 뒤인 이달 1일 출범해 세 차례 총 66곳 압수수색(10일 기준), 참고인 154명 조사(7일 기준)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이들 피의자 가운데 5명이 서울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기관장 및 직원일 만큼 이태원 관할 기관에 수사가 집중돼 있다. 용산소방서장 입건엔 '경찰이 책임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반면 국가 재난 대응의 책임 기관인 행정안전부는 지금껏 아무런 수사도 받지 않았다. 행안부가 참사가 난 지 33분 만에야 상황을 파악했고 이상민 장관은 그로부터 30여 분이 더 지난 뒤 보고를 받아 '늑장 대처' 책임론에 휩싸인 상황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서울시·용산구에 내린 재난문자 발송 지시가 1시간 18분 만에 이행되는 등 사고 대응 지휘마저 부실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상위 지자체이자 자치경찰 운영기관으로 재난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 역시 '수사 무풍지대'다. 같은 경찰 지휘라인인데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입건을 피한 점도 석연치 않다.
이러니 특수본이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상황 관리가 안 돼서 대규모 사고가 났으면 그건 경찰 책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도양단식 지적(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이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들리는 이유다. 대통령실 또한 국정상황실을 통한 참사 대응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 수사에 '성역'이 있다는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다면 특검 도입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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