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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당한 여군·가족 잃은 남자, 우정은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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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제니퍼 로런스)는 미군이다. 폭발사고 부상을 입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귀국했다. 제대로 걷지 못하던 그는 재활을 거쳐 뉴올리언스 집으로 돌아간다. 린지에게 집은 떠나고 싶은 곳이다. 아픈 기억만 남아 있어서다. 군입대를 한 이유도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파병되고 싶으나 몸이 아직 온전치 않다.
홀어머니가 린지를 반기나 뜨겁지는 않다. 린지보다 남자친구에게 더 마음이 가 있다. 린지는 군복을 다시 입기 전까지 수영장 청소 일을 하며 돈을 벌려고 한다. 고향엔 아는 이가 딱히 없다. 고교 친구들은 각자의 꿈을 좇아 또는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났다. 우연히 알게 된 자동차 정비공 제임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괜찮은 말동무가 돼 준다.
린지와 제임스는 가까워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둘은 닮은꼴 상처를 안고 있다. 린지는 오빠가 하나 있으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마약 범죄로 중형을 언도받았다. 제임스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었고, 여동생과는 절연했다. 린지는 뇌 손상으로 고통 받고 있고 제임스는 다리 하나가 없다. 마음과 몸 모두 심하게 다쳤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둘은 서로를 연민하고 금세 마음을 넓게 연다.
영화는 잘 드러내지 않으나 린지와 제임스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있다. 린지는 가난한 백인이고, 제임스는 경제적 여유가 제법 있는 흑인이다. 뉴올리언스는 인종 차별의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둘이 함께 술을 마실 때 백인 남자가 무례하게 끼어든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데이트를 할 리는 없다는 듯이.
린지와 제임스의 우정은 사랑으로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이유가 있다. 그래도 둘은 서로를 밀쳐 낼 수 없다. 당장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다. 특히 린지는 고향을 고향답게 만들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린지와 제임스 사이는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다(제임스는 잠깐 사랑이라고 착각하기는 한다). 둘 사이엔 단정할 수 없는 온기가 흐른다. 애틋한 감정이 둘 사이 온도를 높인다. 뜨거운 사랑이나 의리 충만한 우정이 화면을 채우지는 않으나 상영시간 내내 보는 이의 마음을 휘젓는다. 상처 입은 두 남녀를 사랑으로 맺어 주지 않고도 고독과 측은, 연대, 인간애 등 다양한 감정을 자아낸다. 이 영화의 미덕이다.
마지막 장면은 상징적이다. 린지의 절실한 한마디는 고향이란 무엇인지, 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건지, 교감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영화 원제는 ‘Causeway’이다. 뉴올리언스 북단 폰차트레인 호수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가리킨다. 린지와 제임스의 교유를 다리(Bridge)에 비유한 셈이다. 영화는 제니퍼 로런스의 연기만으로도 빛난다. 린지가 달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얼굴을 구기며 울음을 터뜨릴 때 관객의 마음에도 그늘이 드리운다. 23세 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연기 재능은 여전하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의 연기 역시 마음을 두드린다. 연극 연출가 출신 리라 노이거바우어의 감독 데뷔작이다. 인물들의 감정을 세세히 묘사해내는 솜씨가 신인답지 않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5%, 관객 7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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