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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훈남 간호사, 그가 야근하면 환자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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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의 삶은 팍팍하다. 간호사로 일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운다. 일과 육아로 물에 젖은 솜 같은 일상인데 큰 짐 하나가 더 그의 삶을 누른다. 심장병으로 언제 뇌출혈을 일으킬지 모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밤에 중환자를 돌본다. 해고될 수 있어 병원에는 비밀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한숨만 나오는 하루하루. 에이미 앞에 새 동료 찰리(에디 레드메인)가 합류한다.
찰리는 에이미와 함께 야근조로 일한다. 그는 항상 미소를 띤다. 사려 깊고 배려가 넘친다. 에이미는 찰리를 자신과 같은 부류라 생각한다. 에이미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친절하다. 애로사항이 있으면 적극 들어준다. 에이미와 찰리는 빠르게 가까워진다. 찰리는 에이미의 불우한 처지를 알게 된다. 자신이 도울 테니 힘내라고 응원한다.
에이미는 어깨가 가벼워진다. 곧 보험 혜택을 받아 수술할 수 있고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좋은 간호사, 찰리 덕분이다. 찰리 또한 상처가 있다. 이혼을 했고 아이들을 보기 어렵다. 에이미는 찰리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병원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에이미가 관리하던 환자 노인 애나가 갑작스레 숨진다. 이상징후는 없었다. 밤중에 상태가 악화됐고 끝내 눈을 감았다. 무슨 이유일까. 에이미의 병원은 애나가 죽은 지 7주가 지나서야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한다. 애나는 이미 화장을 했다. 병원은 뭔가 감추려 한다.
형사 팀(노아 엠머리히)과 대니(은남디 아소무가)는 수상하게 여긴다. 병원 직원 중 범죄 관련 기록이 있는 자를 찾는다. 찰리가 스토킹 혐의로 수사 받은 적이 있으나 처벌받진 않았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찰리는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수상하다. 해당 병원들에 찰리에 대한 정보를 문의한다. 하지만 병원 모두 찰리를 금기어처럼 여긴다. 팀과 대니는 찰리를 용의자로 특정하나 에이미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에선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간다. 하지만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는다. 병원의 일상이 대부분이다. 중태에 빠진 환자의 일그러진 얼굴과 가쁜 숨이 가장 직설적으로 공포를 전달하는 정도다. 하지만 보여주지 않음으로 빚어낸 공포의 밀도가 꽤 높다. 선량해 보이는 찰리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악마성은 드러나지 않기에 더 소름 끼친다.
찰리의 범행은 왜 아무도 막지 못했을까. 혐의가 있어서 병원들은 오히려 쉬쉬했다. 병원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어서다. 그러면 돈을 벌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찰리의 범죄 행각 못지않게 끔찍한 일이다.
수백 명의 환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으로 추정되는 찰스 컬런의 실화를 화면에 옮겼다. 컬런이 인정한 범죄는 29건. 그는 1988~2003년 병원을 옮겨 다니며 연쇄살인을 저질렀다. 종신형으로 복역 중이다. 영화는 두 연기 달인의 출연 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타미 페이의 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에디 레드메인은 2015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두 사람이 이 영화로 내년 3월 열릴 아카데미상 시상식 남녀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해도 반감을 가질 이는 없을 듯하다. 덴마크 감독 토비아스 린드홈이 연출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7%, 관객 7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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