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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는데 바우처는 그대로"... 치료 횟수 줄이는 발달장애 부모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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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월 20만 원.
5세 지적·뇌병변 중복 장애 자녀를 둔, 제주에 사는 한정은(가명)씨가 받을 수 있는 바우처 금액이다. 1회 5만 원 수준인 언어·행동 치료 수업을 4번 받으면 끝이다. 최소 주 2, 3회는 언어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발달장애 아동 특성상 턱없이 부족하다.
자식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두고도 경제적 어려움에 쪼들려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 한씨는 "사용처인 발달장애 치료 센터도, 관리 담당인 관할 시청도 바우처를 번거로워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다음은 한씨와의 일문일답.
-바우처를 쓰다 보면 생기는 불편한 점이 있을까요?
"많죠. 한 번은 어떤 장애 아동 어머니가 코로나19에 걸려서 일주일간 발달장애 치료센터에 갈 수 없게 됐어요. 그 어머니께서 센터에 바우처 일주일분 환불을 문의했더니 "(수업 불참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으니 수업 보강을 할 수도 없고 환불도 안 된다"는 답이 돌아온 거예요.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을 미리 아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아픈 것도 서러운데, 어머니 입장에선 황당하셨겠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라도 항의해볼 만한데요.
"이 얘기를 듣고 비록 제 일은 아니지만 화가 나서 바우처를 관리하는 시청에 따져봤어요. 그랬더니 '센터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담당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하냐'고 다시 따져야 했죠. 시청 직원 업무가 바우처 관리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상황이 복잡해지는 걸 꺼리시는 것 같아요. 꼭 이 일뿐만 아니라, 바우처 관련 민원을 넣으면 늘 '(바우처 사용처인) 센터 방침을 따르라'는 식의 답이 와요."
-결국 환불은 받으셨나요?
"다행히 센터에서 뒤늦게 환불해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바우처 사용에 대한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당사자들이 나서서 따져야만 조치가 이뤄질까 말까 하니 너무 힘 빠지고 지치죠."
-바우처 금액이 모자라진 않으신가요?
"모자라죠. 센터 수업비는 계속 오르는데 바우처 금액은 항상 비슷해요. 각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로 받아봐야 월 22만 원(내년부터 최대 25만 원)이에요. 바우처 사업이 시작된 게 2009년인데 그때 정해진 금액 그대로예요. 심지어 바우처 처리가 번거롭다면서 거절하는 센터도 많아요. 그러면 사비로 내야 하죠. 저는 그래도 부당함을 느끼면 끝까지 따지는 편인데 보통 엄마들은 포기해 버리거든요. 엄마들끼리 '센터에 한 번, 두 번 내 돈 내는 건 돈이라고 생각도 안 한다'라고 말할 정도예요. 아픈 아이를 낳게 돼서 나라에서 저희한테 주는 돈인데 왜 마음 편하게 쓰지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센터 수업비는 보통 얼마 정도 하나요?
"턱없이 비싸요. 원래 40분 수업 1회에 4만 원이 많았는데 이제 대부분 5만 원으로 올랐어요. 더 비싼 곳은 8만5,000원 정도고요. 그것도 아쉬워서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내죠. 비장애 아동을 키우는 어머니랑 얘기하다 보면 '어떻게 그 비싼 돈 내고 다니냐'면서 집이 잘사는 줄 아세요. 근데 거기 아니면 우리 애는 어디서 수업받고 치료받겠어요."
(관련기사: 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509190004669)
-수업을 최소 주 2, 3회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언어치료는 최소 주 2회는 해야 효과가 있다더라고요. 주 1회만 하면 효과가 없어서 추천하지 않을 정도라고 해요. 한 달에 들어야 하는 수업 횟수가 최소 8번은 된다는 거죠. 그리고 언어·인지·행동치료 모두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아요."
-어머님은 자녀 분을 한 달에 몇 번 정도 수업에 보내시나요?
"그래도 1회 4만 원일 때는 한 달에 6번 정도 보냈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위 선생님들이 다 금액을 올리셔서요. 특히 올해부터 전체적으로 많이 올라서 이제 한 달에 5번도 못 가죠. 수업을 듣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어요."
-그래서 어머님들이 가정에서 직접 언어·인지·행동치료를 하신다고도 들었어요.
"네, 엄마들이 힘들지만 배워서 진행하려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우리는 하고 싶어도 못 해요. 장애 아동은 키우는 것만도 힘들어서요. 엄마들이 뭐라도 배우려면 그 시간에 누군가는 우리 아이를 돌봐줘야 하는데 여긴 돌봄 선생님이 특히 안 구해지거든요. 도심이면 모르겠지만 제주도는 선생님 찾기가 힘들어요. 활동지원서비스도 초등학생(만 6세 이상)부터 신청 가능하니까 아직 5세인 우리 아이는 해당이 안 되고요."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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