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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강아지풀 ·1만 포기 국화... 대구에 이런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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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작은 공원은 오염된 공기에 찌든 시민들에게 허파와도 같다. 대규모 공원과 습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구 달서구에는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자연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대형 공원이 여럿 있다. 월광수변공원, 대구수목원, 대명유수지는 외지인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생태 여행지다.
대구지하철 1호선 상인역에서 356번 버스를 타고 10개 정류장을 가면 월광수변공원 입구에 닿는다. 2000년 도원저수지 주변에 약 4만㎡ 규모로 조성한 월광수변공원에는 40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식재돼 있다. 2019년 8월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이 발견돼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소문났다.
자연환경 못지않게 시설도 훌륭하다. 다목적운동장, 롤러스케이트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체력단련시설, 어린이 놀이터, 그늘막 쉼터, 자전거 전용도로를 완비해 시민들의 운동·산책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2017년에는 웨딩테마공원으로 재단장해 곳곳에 프러포즈존, 하트로드 등 결혼과 관련한 조형물을 설치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걷다가 강아지풀 군락지에 시선이 멈춘다. 작고 앙증맞은 열매 자루에 햇살이 부서진다. 간지럼을 태우듯 솜털이 무성하다. 사소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주변에 먹거리도 풍성하다. 공원 옆 수밭골에 웰빙음식거리가 조성돼 있다. 수밭골은 ‘숲밭골’에서 변형된 지명이라 한다. 숲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웰빙음식거리에는 식당과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 취향대로 맛볼 수 있다. 한 카페에 들러 베트남의 별미 소고기맛 반미샌드위치와 연유라떼를 골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푹신한 빵, 부드럽고 달콤한 음료가 환상의 조합이다.
대구지하철 1호선 상인역에서 달서3, 달서5번 버스를 타고 대진중·고등학교나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 후문에 내리면 대구수목원에 닿은다. 이곳이 예전엔 쓰레기매립장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질까?
대구수목원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대구시의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쓰레기가 뒹굴던 곳이 대구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잔토를 활용해 생태학습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현재는 15만그루의 나무와 30만 초본을 포함 2,000종의 식물이 자라는 수목원으로 성장했다.
넓은 만큼 구경할 곳도 많다. 활엽수원과 습지원을 비롯해 선인장온실, 분재원, 외국식물원, 죽림원, 열대과일원, 종교관련식물원, 야생초화원 등 다양한 정원과 시설이 어우러져 있다.
열대 나라에 들어선 듯한 선인장온실에선 수박처럼 둥근 금호선인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분재원의 예술적 작품에는 기술력과 창의력이 돋보인다. 수목원 조성 과정과 생태를 정리한 산림문화전시관을 지나면 흙길 산책로가 이어진다. 관리사무실에서 양치식물원까지 가는 맨발황톳길은 꼭 신발을 벗고 걸어보기를 권한다.
세계 각국의 식물원과 종자교환으로 탄생한 외국식물원, 잎과 꽃에서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방향식물원, 다양한 모양의 돌과 수목이 조화로운 괴석원, 꽃 대신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을 모은 양치식물원도 볼 만하다. 정자와 담장이 꽃밭과 어우러진 전통정원은 휴식공간으로 제격이다.
하늘을 향해 뻗은 대나무 천국 죽림원,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과 난대수종이 자라고 있는 열대과일원은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성서와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식물을 모아 놓은 종교관련식물원도 이색적이다. 대구시의 꽃나무인 목련을 주종으로 꾸민 시화원과 시목원, 한국의 야생초를 모은 야생초화원과 침엽수원까지 둘러보면 도심 속 자연에 흠뻑 빠져든다.
현재 수목원 잔디광장에서는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분수를 중심으로 모형작, 분재작, 윤재작, 현애작, 대국, 소국 등 1만 2,000여 점의 작품과 다양한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형형색색의 향연이다.
대구지하철 1호선 서부정류장역에서 급행 6번 또는 대곡역에서 급행 7번 버스를 타면 바로 대명유수지에 닿는다. 이곳 역시 쓰레기더미가 쌓여 방치되던 곳이었다. 하류의 달성습지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해 대명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2009년 멸종위기종 2급 맹꽁이가 처음으로 발견됐고, 2년 후에는 수천 마리가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돼 현재는 생태학습장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 생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를 갖춰 대구를 대표하는 생태탐방 명소가 됐다.
현재는 평야처럼 드넓게 펼쳐진 습지에 피어난 물억새가 장관이다. 물억새는 갈대에 비해 키가 작고, 손이 베일만큼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참억새와도 다르다. 감촉이 부드러워 솜사탕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물억새의 진면목을 보려면 일몰 1시간 전 방문하면 좋다. 바람이 불때마다 춤을 추듯 흔들거리는 물억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황금빛으로 물든다. 해넘이와 붉은 노을까지 어우러지면 한층 신비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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