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웃기고 있네' 필담 파장...野 "국회 모욕죄 고발·처벌해야"

입력
2022.11.09 14:10
구독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태원 참사 질의 중에...경악·개탄스러워"
박지원 전 국정원장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

김은혜(왼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맨 왼쪽) 시민사회수석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뉴스1

김은혜(왼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맨 왼쪽) 시민사회수석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뉴스1

대통령실 수석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눈 메모가 공개되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진성준 의원은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고, 대통령실에서 인사 조치도 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논란'까지 꺼내 들며 "대통령도 국회의원에게 '이 XX' 하는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비꼬았다.

진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정감사를 받으러 나온 증인이 국회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는 도중에 '웃기고 있네'라고 하는 글을 서로 나누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경악스럽다"며 "특히나 전날 국감의 최대 이슈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 문제였다. 그런 문제가 논의되는 와중에 '웃기고 있다'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르겠으며 정말로 개탄스러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전날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소지한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 논란이 됐다. 당시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대통령실이 이태원 참사 때 제대로 대응했느냐'는 문제를 놓고 질의하던 상황이었다. 김 홍보수석은 "다른 사안들로 얘기하다가 적은 것으로, 질의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를 적고 있다. 이데일리 제공

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를 적고 있다. 이데일리 제공

진 의원은 이에 "국회의원을 향한 조롱이나 비아냥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국정감사를 수감해야 될 증인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국회를 모욕한 것이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회법이 정한 대로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고 처벌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며 수위를 높였다. 진 의원은 '인사 조치'에 대해선 "그들이 어떤 잘못인지 경위를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언론 대응에 능숙한 김 홍보수석이 카메라에 찍힐 걸 알면서 의도적으로 메모를 적은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진 의원은 '정회를 일부러 가져가려고 그런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정말이지 무슨 국회를 파행시키려고 그런 짓을 했다면 더더욱 용납시킬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지원 "대통령도 이 XX 하는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역설적으로 보면 당연했구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도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꺼내 들며 "대통령도 국회의원한테 '이 XX' 하니까 수석들은 국회의원한테 '웃기고 있네' 한 것"이라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가장이 잘해야 식구들이, 아들딸들이 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과 강 수석의 '사적 대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웃기고 있네'가 '웃겼어'라 그러면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잘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며 "김대기 비서실장 참 재미있는 얘기를 하더라.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들며 ) 바이든 어쩌고 때처럼 영상이 다 진실은 아니지 않냐(고 하는데), 아니 세상에 TV에서 찍은 영상이 어떻게 사실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 전 원장은 "팩트가 사실이어야 민심이 따라간다"며 "우리 국민의 70~80%가 '바이든'이라 하는데, 자기들 집권층에서는 '날리면'이라 했다"며 "그러면 '날리면' 할 때처럼 얘기를 해야지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두 사안에서 공통되는 게 국회 경시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국회 경시가 아니라 완전 독재정부에서나 군사정부에서 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윤석열 정부의 국민 지지도가 바닥 아닌가. 내각제 같으면 지금 정권이 사퇴를 해야 한다"면서 "민심이 떠나면, 민심을 역린하면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수가 없다"고 쓴소리했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