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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리더십 시험대 오른 尹...한 발 늦는 행보로 '골든타임'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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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사태 수습 의지와 구체적 대응 방향으로 모든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참사 이후 1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분향소 조문과 종교계 추모 행사 참석, 내부 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통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정국이 '진상 규명과 문책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면서 민심을 다독일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왔다. 윤 대통령도 참사 발생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하고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사태 초기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이후 위기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대국민 소통 능력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지난달 30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후 이날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했고 참사 후속 대응을 위한 회의 일정과 종교계 원로들과의 비공개 만남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책임자 경질 여부나 대국민 사과 발표 시기 등 불편한 질문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칭한 '내부 총질' 문자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휴가와 외부 일정을 이유로 13일간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이후 "죄송한 마음"을 거듭 밝혔음에도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태 초기 내부 회의 발언 형식을 빌려 사과를 하면서 사과 주체가 모호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대국민 메시지가 사과보다는 경찰의 기강 해이 질타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정권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사과에 소극적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인은 실무적·법적 책임을 따져보기 전에 자기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며 "사과 메시지에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담기지 않으면 국민들 입장에선 책임을 피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불거져도 즉각적인 인사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경찰의 기강 해이, 안전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의 안일한 대처,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간 공조체계의 공백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대통령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이나 청장을 바꾸라는 것은 후진적"(김대기 비서실장)이라며 경질 시기를 미루고 있다. 특히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마저 국회에 나가 사태수습 지휘가 먼저라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답답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원하는 건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진상규명, 후 문책' 입장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60%대의 벽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졌던 7월 3주(60%) 이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11월 1주(63%)까지 줄곧 60%대를 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 지지 덕분인데, 폐쇄적인 인사 운용과 일방적인 소통으로 민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중도층 지지를 회복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여소야대 국회 속에서 이대로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하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은 유권자 다수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나 인사 조치 모두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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