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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 또 충격.. 핵심 거래소 유동성 위기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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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암호화폐(코인) 시장에서 거래량 기준 최대 규모 거래소로 꼽히는 바이낸스가 8일(현지시간) 주요 경쟁자인 거래소 FTX의 인수 의향을 밝혔다. FTX와 바이낸스는 전날까지만 해도 FTX에서 자체 발행한 FTX코인(FTT)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는데, FTX가 위기설로 인한 '뱅크런'에 시달리면서 유동성 위기를 인정하고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대표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FTX가 바이낸스에 도움을 청해 왔고, 두 회사는 구속력 없는 투자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곧 실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FTX의 운영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역시 트위터를 통해 "FTX와 바이낸스의 전략적 거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출금 요청에 대응하고 있으며 유동성 위기도 빠르게 해결될 것이고, 모든 자산은 대응하는 가치로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해 바이낸스의 협조로 인해 위기가 사라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시장 관찰자들은 바이낸스가 '인수 의향'에만 합의했을 뿐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FTX 투자자와 고객들의 자산이 보호받지 못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뱅크먼프리드 자신도 "(인수 관련 질문에) 확답을 줄 수 없다. 세부 사항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자오와 뱅크먼프리드는 FTT의 위험성을 놓고 코인 시장을 판돈으로 한 다툼을 벌였다. 이 논쟁은 지난주 코인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가 FTX의 자산운용 담당 계열사인 알라메다의 자산이 대부분 FTT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한 데서 시작했다.
통상 FTX를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체 코인을 발행해 한 코인에서 다른 코인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산 저장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사실상 일종의 '은행'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FTX가 FTT를 발행하면 알라메다가 대부분 매입해 FTT의 가치를 띄워놓고, 이를 담보로 여타 코인을 대출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자오는 7일 이런 내용을 근거로, 과거 FTX의 초기 투자자였던 바이낸스가 FTX 지분을 매도하면서 대가로 받은 FTT를 전부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FTX에 대한 저격이다. 뱅크먼프리드도 이에 대응해 "거짓 소문"이라고 일축했고 바이낸스가 매도한 FTT를 직접 사들이겠다는 제안도 했지만, FTX 유동성 위기설이 시장 내 다른 '큰손'의 움직임으로 설득력을 얻으면서 '뱅크런'의 부담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바이낸스와 FTX의 외형상 갈등 봉합에도 불구하고 한 번 번지기 시작한 위기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날 코인당 22달러대에 머물렀던 FTT는 9일 코인당 5달러까지 폭락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보면, 전날 156억 달러로 평가됐던 뱅크먼프리드 개인의 자산 규모도 10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하루에 보유 자산 94%를 잃은 셈이다.
뱅크먼프리드는 한때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왕' '차세대 워런 버핏' 등의 호칭까지 얻으며 각광받던 암호화폐 사업가다. 올해 5월 '테라·루나 사태'로 코인 시장이 흔들릴 때, 유동성 위기에 놓였던 여러 중소 암호화폐 투자사와 거래소를 상대로 유동성 지원에 나서면서 '최종 대부자'를 자처했다. 다른 한편으론 정치권에 막대한 후원금을 대면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업계 친화적'으로 재편하려 시도했다. 그의 행보는 대공황 시절 금융시장을 살리면서 영향력을 늘린 J. P. 모건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런 그조차 한순간에 취약점을 노출하고 주저앉는 결과가 나오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비트코인은 이날 1만8,000달러대로 주저앉아 연중 최저점을 찍었고, 이더리움도 전날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테라·루나 사태'로 도래한 코인 시장의 침체(크립토 윈터)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손을 뗀 상황인데, 이제는 대표 거래소 중 하나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사나 벤처 등 기관 투자자들조차 코인 시장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혼란 속에서 자신이 발행한 암호화폐가 위기에 빠진 바 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암호화폐 관련 인터넷 방송 '업온리'에 등장해 자신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위기관리는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쉽지 않다"고 동정적 입장을 보였다. "샘 뱅크먼프리드에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권 대표는 "내가 조언하기엔 적절치 않은 입장인 것 같다. 나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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