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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더 큰 목소리 낼 수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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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숄츠 총리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G7 정상 중 처음으로 중국을 찾았다. 같은 기간 독일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다. 미중 전략 경쟁을 대하는 독일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 정부의 주선으로 필자는 방한한 독일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면담을 통해 미중 간 디커플링 속에서 고민하는 독일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최근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행동은 다른 것처럼 보인다. 9월 1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첨단기술분야에서 대중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중국에 몇 세대만 앞서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더는 현재의 전략적 환경에 유효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많은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워싱턴 D.C.에서 가장 주목하는 미국의 다음 조치는 아웃바운드 투자에 대한 통제조치다.
수출통제, 수입규제, 인바운드 투자심사 강화에 아웃바운드 투자심사까지 대중 견제를 위해 전방위적 조치들이 활용되는 가운데, 미국은 핵심품목과 관련한 자체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산업정책도 최근 쏟아냈다. 문제는 미국의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정책들이 모두 미국 내 생산시설 유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공장들이 가동되는 시점에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모두 소비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수요 진작에 대한 근본적 고려 없이 무역제재를 통해 중국 내 생산을 막고 미국 내 생산으로의 전환만 서두른다는 점에서 미국의 초조함이 엿보인다.
동시에 미국 정부의 금리인상은 세계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 미중 갈등,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등 공급 문제에 기인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보인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수요에 있는 것이 아닌데, 금리인상으로 총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의아하다. 또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리쇼어링(주요 생산설비의 자국 내 재유치), 프렌드쇼어링(주요 생산설비의 동맹국으로의 유치) 등 인위적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연히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강달러 유지가 단순히 인플레이션 억제 목적이 아닌 큰 틀에서 조율된 대중 견제 작업의 일환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 경제안보와 미국의 경제안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외부의 위협이나 위험으로부터 경제를 지킨다는 큰 목적은 같을지 모르지만, 산업 및 교역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협상력이 높은 상황이고, 우리 강점을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사태와 같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한미 간 통상의제를 나열하고, 우리의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의 내용과 범위 등을 설정한 후, 전략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은 물러서서 미국 정부의 조치를 기다릴 때가 아니라 우리와 포괄적 전략 동맹을 지향하는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우리의 의사를 전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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