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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앞바다에 미사일 쐈다" 뻥튀기하는 北 속내는...

입력
2022.11.08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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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2~5일 연쇄 도발 내역 공개
'울산 인근 미사일 보복' 등 거짓 가능성
선제 도발·ICBM 실패… 불리한 내용 숨겨
"무자비한 대응" 위협… 내부 선전 의미도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맞대응해 2일부터 5일까지 군사작전을 단행,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실린 미사일 발사 장면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맞대응해 2일부터 5일까지 군사작전을 단행,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실린 미사일 발사 장면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7일 "울산 인근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의 대공방어망을 무력화하고 한반도 후방지역을 공격했다는 논리다.

군 당국은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내외에 자신감을 과시하려 도발 강도를 부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만전술까지 동원하며 위협수위를 높여야 할 정도로 북한이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에 미사일? 탐지 실패 가능성 극히 낮은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2~5일 나흘간 군사작전을 단행했다"는 북한 총참모부의 입장을 전했다. 한미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장황한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함경북도 지역에서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북한 미사일이 동해안을 따라 사실상 한반도를 관통했다는 의미다.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겨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겨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군은 곧장 반박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관련 질의에 "우리 군이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탐지한 결과를 분석한 것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은 추가 설명에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과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측에서의 활동도 관측되는 상황인데, 북측에서 출발해서 남측으로 넘어온 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바다 위를 날아가는 물체가 있었다면 선박들도 관측이 가능하지 않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일각에선 우회 경로를 선택했거나 낮은 고도로 날아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징을 들어 '탐지 실패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미국 정찰자산까지 한반도에 집중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감시망을 동시에 뚫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선제 도발·ICBM 실패… 불리한 내용은 숨겨

이날 북한은 나흘간의 도발 양상을 부각시키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숨겼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2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적들이 남조선 영해 가까이 우리 미사일이 낙탄됐다고 주장했다"고만 언급했다.

3일 단분리 후 정상비행에 실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북한은 거론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화성-17형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공개한 발사장면에는 화성-15형 개량형 추정 발사체가 담겼다. 동시에 북한은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탄두부)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2~5일 나흘간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발사했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이날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왼쪽)을 보면 기존 화성-15형(오른쪽)과 유사하다. 다만 탄두부가 기존보다 뾰족한 모습으로, 개량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군 총참모부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2~5일 나흘간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발사했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이날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왼쪽)을 보면 기존 화성-15형(오른쪽)과 유사하다. 다만 탄두부가 기존보다 뾰족한 모습으로, 개량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를 놓고 일각에선 ICBM이 아닌 '전자기충격파(EMP)'탄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 또한 '얼버무리기'나 '사진 바꿔치기'라는 지적이 많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사 기종을 단언하긴 어렵지만 EMP 시험은 최소 6,000㎞ 이상 고도로 올라간 뒤 내려와서 터져야 한다"며 "이번 미사일 고도(1,920㎞)는 단분리 후 점화 실패"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도발기간 스커드 계열 구형 미사일까지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마찬가지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3일 군용기 위협비행을 거론하며 500대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군이 관측한 항적은 180여 개에 불과했다. 공군력에서 열세인 북한의 과시욕으로 볼 만한 부분이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6일 동해상에서 (당시 발사한 미사일)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분석을 통해 북한의 선제도발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해당 미사일 기종과 북한의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자비한 대응" 위협… 내부 선전 의미도

북한은 "이번 군사작전은 적들의 도발적인 군사적 망동이 끈질길수록 우리 대응은 더욱 철저하며 무자비할 것이라는 대답"이라고 강변했다. 향후 한미의 대북 압박에 강력한 수위로 맞서겠다며 위협한 것이다.

청구서를 내밀듯 일련의 군사행동을 공개한 북한의 이례적 행태는 '내부'를 향한 제스처로도 읽힌다. 북한은 이번 발표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밀리지 않고 잘 대응했다'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공개할 경우 총동원령을 내려야 하는 등 부담이 큰 만큼, 도발을 끝낸 이후에 과장되게 공개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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