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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광산 기적의 생환'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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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고립된 광부 2명이 221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지만, 안전불감증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광산에선 이전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됐고, 두 달 전에도 매몰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3개 팀 18명으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광산업체를 겨냥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제1수직갱도(수갱) 지하 46m 지점에서 쏟아진 고운 모래 형태의 토사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고 있다. 광산의 지하 46m에 고운 모래 형태의 토사가 자연상태로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찰은 광산 운영업체가 지난해 폐기물 일종인 '광미'를 폐갱에 메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업체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광미는 아연 4%가 포함된 원광석을 분쇄해 아연 45% 이상의 ‘정광’으로 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분말 형태의 돌가루다. 물에 섞인 광미는 지정된 장소에 야적하는 게 원칙이다.
경찰은 빈 갱도 안에 진흙이나 돌자갈도 아닌 광미가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은 인위적 매립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한 내부고발자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광산 측이 1만 톤이 넘는 슬러지 형태 광산 폐기물을 매립했다'고 고발한 것과 연관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폐갱에 매립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유해물질이 포함됐거나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광미가 폐갱도를 따라 이동했다면 이번 매몰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폐기물 매립 의혹이 제기되자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일부 사실을 확인해 매립작업 중단을 명령했다. 환경오염 저감대책을 마련하고, 정밀안전진단 실시도 주문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측은 이번 매몰사고 직후 "업체에서 진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환경오염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사고 지점은 진단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폐갱도에 광미를 매립한 것 자체가 무모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고가 난 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개발한 곳으로, 해방 후 국유화를 거쳐 민영화됐다. 수차례 소유주가 바뀌고 휴광도 했던 곳이라 남아 있는 도면이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광산 관계자는 “지표에서 지하로 50m 간격으로 지하 300m까지 갱도가 있는데, 상층부는 일제 때 주로 채광한 곳이라 갱도 사정은 우리도 잘 모른다”고 인정했다. 고립자 생사 확인을 위한 시추가 잇따라 실패했던 것도 부정확한 갱도 도면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체가 사고 발생 이후 안전관리 매뉴얼대로 대응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한 점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이 광산에선 지난 8월 29일에도 갱내에 쌓아둔 광석 더미가 무너지면서 광부 2명이 매몰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측은 “지난해 광미 매립 이후 내린 안전명령 이행 여부와 위험 갱도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 여부를 조사해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산 운영업체에 조업금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의식이 높아졌는데도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어 경찰도 강력 대응하고 있다”며 “살인이나 강도 사건 이상으로 엄정하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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