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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권하는 사회

입력
2022.11.04 04:40
25면

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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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사 사건만큼은 아니지만 이혼사건도 종종 맡게 된다. 상담을 하러 찾아온 의뢰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쌍방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는지, 둘째, 폭행·학대·부정행위 또는 이에 비견할 만한 이혼사유가 있는지.

쌍방이 이혼을 원한다면, 협의이혼 절차를 밟으면 되므로 절차 안내를 해드린다. 폭행 등 이혼사유가 있다면 결혼생활 내용을 일기처럼 써 오시라 말씀드리고, 이를 간추려 소장(訴狀)을 쓴다. 문제는 일방이 이혼의사가 없거나 애매하고, 이혼사유도 애매한 경우이다. 혼인은 일종의 계약으로서의 성격이 있고, 그에 따른 법적 효과가 부여되기 때문에 일방의 의사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고 민법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변호사마다 기준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재판상 이혼사유에 이르지 않는 부부갈등, 불화의 경우 '재판 이혼은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내는 편이다.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의뢰인에게 부부간 카톡 내역 몇 개월 치를 보여 달라고 해서 검토해보고, 갈등의 원인점이 보이면 그 부분을 설명하며, 다시 얘기해보라고 하고 돌려보내기도 한다.

물론, 이혼사유가 애매하더라도 일단 소장부터 보내놓고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이른바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 조정이혼이나 재판이혼이 성립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나보다 훨씬 더 크다'는 주장·입증을 해야 하는데, 결혼생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건들에 대해, 특히나 부부간의 내밀한 사정에 대해 증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전달받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상상력과 글솜씨를 발휘해 마치 소설을 쓰듯 서면을 쓰기도 하는데 이후 당사자들은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가 쓴 서면을 받아보며 서로가 감정이 너무 상해서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로 협력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부부는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인 면에서도 항구적인 결합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포괄적인 협력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32454판결). 이에 따라 대법원은 부부가 서로 협력하여 불화의 원인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면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부 일방이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다른 일방에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면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사유로 인정한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므1689판결). 다른 일방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지는 부부 공동생활 과정의 여러 가지 사정을 통틀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재판상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악의의 유기(배우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리는 행위)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명할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다(민법 제840조).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에서 이혼에 관한 무료법률상담과 가정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하므로 참고하면 좋겠다.

소제인 법무법인(유) 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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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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