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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 3인방, '미스터리'만 넘치는 이태원 참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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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미스터리다.”
경찰청 한 간부는 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의 대응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태원 일대를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사고 발생 전 ‘인파가 몰려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에는 1시간 21분이 지나서야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 치안 최고 책임자 경찰청장은 한 술 더 떠 이로부터 50여 분 후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늑장’ 보고가 쌓일수록 현장 대응은 지체됐다. 156명이나 희생된 이유다. 경찰 안에서조차 “지휘부가 무능을 감추기 위해 현장을 지킨 이태원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최대 의문은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행적이다. 사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발생했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삼각지역 인근에서 보수ㆍ진보성향 단체의 집회 동선이 겹쳐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자 현장에서 직접 경비를 지휘했다. 그는 오후 8시 30분 집회 종료 뒤 오후 9시 30분~10시 ‘이태원에 인파가 너무 몰려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서 112치안상황실장이 인파 통제를 위해 서울교통공사에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시간도 오후 9시 38분이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이 시간 아무런 사전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대응은 더 비상식적이다. 그는 오후 10시 20분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지휘했다. 하지만 김광호 서울청장에게는 무려 1시간 16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 첫 보고를 했다. 소방당국이 오후 10시 43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할 만큼 어려운 현장 진입 등 악조건을 감안해도 1차 보고 시점이 너무 늦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지휘관 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가, 감당이 안 되자 뒤늦게 보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도 “용산서장 보고 지연은 이번 사고를 규명하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김 서울청장의 행보 또한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2일 “윤희근 청장은 지난달 30일 0시 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전화로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후 11시 36분 용산서장의 관련 보고를 받은 김 서울청장도 상급자인 윤 청장에게 즉각 알리지 않은 것이다. 실제 윤 청장이 그에게 ‘기동대 등 가용경력을 최대한 동원하라’고 지시한 건 날이 바뀐 0시 19분쯤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선 두 사람의 ‘갈등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지휘관 보고와 별개로 112 시스템을 매개로 용산서→서울청→경찰청으로 올라가는 보고체계도 서울청 단계에서 ‘먹통’이 됐다. 최초 사고 발생 뒤 수백 건의 ‘압사’ 관련 112신고가 서울청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경우 주말 밤사이 사실상 서울청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서울청 ‘상황관리관’이 서울청 지휘부나 경찰청 상황담당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관리관이던 류미진 총경은 개인 사무실에 머무르다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고, 30일 0시 2분에서야 경찰청에 보고했다. 윤 청장 정식 보고는 12분 뒤 이뤄졌다. 사고 발생 소식이 경찰청장 귀에 들어가기까지 2시간이 걸린 것이다.
윤 청장은 아무 책임이 없을까. 압사 소식은 당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기 시작했고, 관련 기사도 실시간 쏟아졌다. 정식 보고가 올라오지 않더라도 윤 청장 스스로, 혹은 참모 누군가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어야 정상이다. “경찰 수장이 네티즌보다 정보가 느리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윤 청장의 경우 사고 발생 직후부터 정식 보고를 받기까지 2시간 가까운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112신고 대응에 초점을 맞춘 감찰을 꼬집으며 “정작 감찰과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무능한 경찰 수뇌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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