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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훈련 다시 해야" 울릉도 공습경보로 드러난 허점

입력
2022.1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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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 사이렌 울려도 6분간 대응 안 해
'실제 상황' 파악 후에도 직원 먼저 대피
울릉경찰서장, 경계경보 중 퇴근해 논란
행안부 "전국 단위 민방위훈련 재개 검토"

경북 울릉군이 지난 2일 울릉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고 9분 뒤인 오전 9시 5분에 내부 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한 대피 안내 메시지 모습. 연합뉴스

경북 울릉군이 지난 2일 울릉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고 9분 뒤인 오전 9시 5분에 내부 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한 대피 안내 메시지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일 오전 울릉도 부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경북 울릉군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울릉군은 6분간 상황 파악에 급급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릉군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하고도 직원들을 먼저 대피시켰고, 울릉경찰서장은 경계경보가 해제되지 않았는데도 평소처럼 퇴근했다. 울릉군의 허술한 대응을 지켜본 다른 지자체에선 비상대비 체계 점검에 나섰고, 행정안전부도 2019년부터 중단한 민방위훈련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3일 울릉군에 따르면, 2일 오전 8시 55분 공습경보가 자동 발령되고 오전 9시 1분 행안부 상황전파 메신저로 “실제 상황”이라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 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습경보가 발령된 적이 없어 섣불리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게 울릉군 설명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중앙민방위통제센터가 자동으로 공습경보를 발령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군청으로 문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오작동이면 주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아무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울릉경찰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 관계자는 “울릉군과 울릉도에 주둔하는 해군 118전대, 공군 8355부대까지 연락을 취했지만 다들 ‘파악 중’이라는 답만 했다”며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미사일 때문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울릉군과 울릉경찰서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하고 취한 조치도 매뉴얼에 어긋난다. 행안부의 공습경보와 경계경보 시 국민행동요령에는 ‘모든 행정기관은 비상근무 태세를 갖추고 자체 경계를 강화해야 하고, 경찰관서는 주민 안전보호와 교통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울릉군은 오전 9시 2분 군수 보고에 나섰고, 9시 5분에는 내부 통신망을 통해 직원들을 먼저 지하로 대피시켰다. 9시 15분 비상회의를 소집한 뒤에야 9시 19분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민 대피를 안내하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경북 울릉군이 지난 2일 오전 울릉지역에 발령된 공습경보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하고 시간대별로 조치한 사항. 울릉군 제공

경북 울릉군이 지난 2일 오전 울릉지역에 발령된 공습경보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하고 시간대별로 조치한 사항. 울릉군 제공

울릉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2시 공습경보에서 경계경보로 대체된 후 오후 10시에 경보가 해제됐지만 평소대로 퇴근했다. 김동혁 서장은 “경계경보 때 지휘관은 관서에서 1시간 이내 위치에 대기하면 되는 걸로 안다”며 “퇴근했지만 경찰서에서 불과 2분 거리 관사에 머물러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울릉군과 울릉경찰서의 허술한 대응이 알려지면서 포항시 등 인근 지자체는 비상대응 체계 점검에 나섰다. 포항시 관계자는 “비상대비체계가 지진과 태풍 등에 집중돼 공습 상황에선 소홀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유관기관 연락망과 지하 대피시설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울릉지역 공습경보 때 나타난 문제점을 살펴보며 2019년 중단된 전국 단위 민방위훈련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공습경보는 2016년 백령·대청지역 발령 뒤 처음이라 울릉군과 행정기관도 대응에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공습경보 때도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의 이유로 중단한 민방위훈련도 다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울릉=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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