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왜 ICBM 발사 장소로 평양 순안만 고집할까

입력
2022.11.03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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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모두 다른 곳에서' 2017년과 달라
한미 정보자산에 노출되는 점 아랑곳없어
"TEL 발사여건 갖춘 곳 적어 불가피" 분석

북한 조선중앙TV가 3월 24일 화성-17형 발사 장면이라며 공개한 영상.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이동식발사대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실제로는 앞서 상공에서 폭파해 실패했거나 짧은 거리만 날아간 화성-17형 시험발사 장면을 짜깁기했다는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3월 24일 화성-17형 발사 장면이라며 공개한 영상.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이동식발사대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실제로는 앞서 상공에서 폭파해 실패했거나 짧은 거리만 날아간 화성-17형 시험발사 장면을 짜깁기했다는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번에도 북한의 선택은 평양 순안이었다. 올해 2월부터 발사한 7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모두 이곳에서 쐈다. 2017년 서로 다른 3개 장소에서 ICBM을 발사해 한미 정보당국을 교란한 것과 대조적이다.

발사 징후를 미리 노출시켜 아예 대놓고 한미를 향한 무력시위 효과를 높이려 한 것인지, 아니면 기동성과 은닉성이 핵심인 '이동식 발사대(TEL)' 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인지 등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2012년부터 ICBM 엔진 시험 등을 주로 진행한 장소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이다. 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기도 해 북한 ICBM 개발의 거점으로 통한다. 최근 발사장 시설 확장과 증축 동향이 포착돼 도발 준비 움직임으로 여겨졌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반면 비행장을 갖춘 순안 일대에는 동창리처럼 외부에 노출된 고정식 발사대가 없다. 주로 TEL에 ICBM을 실어 자리를 옮겨서 쏘는 방식이다. 북한은 최소 20대가 넘는 TEL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에는 이상한 방식을 혼용했다. 대형 차량에 ICBM을 실어 옮긴 뒤 별도의 간이 발사대를 따로 세우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자연히 발사 준비 시간이 TEL에서 직접 쏠 때보다 더 걸리기 마련이다.

다만 장소는 매번 바꿨다. 당시 북한은 7월 4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 7월 28일 자강도 일대에서 화성-14형을 발사하고 11월 29일엔 평안남도 평성에서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등 장소를 옮겨 가며 기습 도발을 했다. 특히 화성-15형을 발사한 평성 일대는 그간 북한이 한 번도 미사일 발사 장소로 이용한 적이 없는 곳이었다.

이와 달리 현재 북한이 ICBM 발사 장소로 순안 일대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보감시에 아랑곳없이 이곳에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무력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유사시 이곳을 선제타격할 경우 북한의 전력 손실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이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대 없이 화성-17형 규모의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TEL을 동원했다. 하지만 거대한 TEL을 여러곳에 배치하기 어려운데다 발사 여건을 갖춘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TEL에서 직접 쏠 수는 있지만 발이 묶인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순안비행장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가 있고 ICBM용 TEL이 들어가는 창고가 있다"며 "콘크리트로 다져진 곳이 아니라면 100톤에 육박하는 TEL에서의 ICBM 발사를 버티기 어려운 데다 대형 TEL의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북한 ICBM 발사 사례.

올해 북한 ICBM 발사 사례.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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