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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국 본토 노린 ICBM 발사 실패…연쇄 도발 전략 삐걱

입력
2022.11.03 16:52
수정
2022.11.04 00: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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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성-17형' 추정 ICBM 발사 실패
2단 분리했지만 추력 부족해 탄두 낙탄
8일 美 중간선거...北 추가 도발 우려 여전
한미 공군 '비질런트 스톰' 훈련 연장하기로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 8시 39분께부터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 8시 39분께부터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3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정상비행에 실패했다. 단거리·중거리에 이어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장거리탄도미사일로 도발 수위를 높이려던 북한의 전략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미 양국은 4일까지로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의 기간을 이례적으로 연장하며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강대강으로 맞섰다. 이에 북한은 3일 저녁 담화를 내고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즉각 맞받은 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3발을 발사하고 80여발의 포사격을 감행해 또다시 9 ·19군사합의를 위반했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군은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과 8시 39분쯤부터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9시 35분쯤부터 오후 9시 49분까지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은 비행거리 760㎞, 고도 1,920㎞, 속도 마하 15로 탐지됐다. 함께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고도 70㎞, 속도 마하 5로 330㎞를 날아갔다. 이날 밤 추가로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130km, 속도 마하6으로 490km 비행한 것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25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25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5,500㎞를 넘어가면 장거리 또는 ICBM으로 분류한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을 북한의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1단과 2단, 탄두부까지 총 3단으로 구성된 미사일이 두 번째 단 분리까지 성공해 탄두부가 비행에 나섰지만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해상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상궤적을 유지하지 못한 셈이다.

일본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북한의 발사 직후 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오전 7시 48분에 발사한 (북한) 미사일 관련 (일본) 열도를 통과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이후 확인 결과 일본을 통과하지 않고 동해 상공에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북한의 ICBM 발사에 경악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ICBM이 열도를 관통해 태평양으로 향할 수 있다는 초기 판단에 따라 미야기, 야마가타, 니가타현에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을 발령해 피난 경보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4일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과 달리 이번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지 않았다.

북한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강준구 기자

북한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강준구 기자

외교부는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해 독자제재 카드를 또 다시 꺼낼 참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가 지난달 북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언급하며 "그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독자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독자제재 조치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는 유선협의를 갖고 "북한이 장거리와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한반도와 역내 및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했다"고 규탄했다.

미국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발사는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이웃 국가와 지역, 국제 평화와 안보, 세계 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위협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자제하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화 여지를 열어뒀다.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안정적인 능력을 보여줘야 이미 준비를 끝낸 7차 핵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시키고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데 방점이 찍힌 도발"이라고 평가했다.

비질런트 스톰 연장에 따른 고강도 도발도 우려된다.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비질런트 스톰 연장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위협한 뒤 1시간 만에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박 부위원장이 1일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공개 비난한 후 9시간 만에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리는 역대급 도발에 나섰던 만큼 추가 무력시위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김진욱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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