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압박하는 미국 "중국 반도체 규제 동참하라"

입력
2022.11.0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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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유무역 규칙 위반" 반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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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첨단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동맹과 연대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가 내부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칩4(CHIP4)인 한국과 대만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도입 요구를 받고 내부 조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요청 사안 가운데 어떤 내용을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한국과 유럽연합(EU)의 동향도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검토 중인 내용은 지난달 7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다. 당시 상무부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 첨단 기술과 관련해 중국과의 거래를 폭넓게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수출관리법에 따른 규제를 개정해 반도체뿐 아니라 장비와 설계 소프트웨어, 인력도 대상에 포함해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수출 금지 조치로, 미국인 입장에서는 중국 첨단 기술과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됐다.

미국은 동맹국에도 회로선폭이 미세한 고성능 반도체 관련 부품 등에 대해 대중국 수출규제를 부과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와 생산 및 개발에 관한 기술자 취업 및 거래도 포함해 폭넓게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미국 업계에선 “미국 기업만 중국에서의 매출을 잃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타국에도 같은 규제를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동맹국과 연계하면 규제의 유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측으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각각 약 20%, 일본이 15%, 미국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동안 미국은 수출 통제 조치를 반복적으로 남용하고, 중국 기업을 악의적으로 봉쇄하고, 동맹국을 협박해 대중국 억제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심하게 파괴하고, 자유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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