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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보도하면 폐간 조치'...언론도 막아버리는 미얀마 군부

입력
2022.11.02 15:30
수정
2022.11.02 15:32

"가짜뉴스로 국가안보 해쳐" 핑계
이라와디, 軍수장 비판 보도 이어가
쿠데타 후 폐간 언론사 20곳 넘어

미얀마 언론사 이라와디 로고. 이라와디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 언론사 이라와디 로고. 이라와디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현지 참상을 전 세계로 전하는 영자신문 '이라와디'를 폐간시켰다. 군부가 "가짜뉴스를 통해 국가안보를 해치고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진실을 숨기기 위한 언로(言路) 차단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폐간 조치? 해외서 온라인 보도 이어간다

미얀마 군부로부터 폐간당한 영자신문 이라와디가 최근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흰 아기 코끼리를 수도로 불러 기념식을 열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를 2일 보도했다.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군부로부터 폐간당한 영자신문 이라와디가 최근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흰 아기 코끼리를 수도로 불러 기념식을 열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를 2일 보도했다. 이라와디 캡처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외신에 따르면, 군부는 지난달 29일 이라와디의 폐간을 공식 명령하고 출판 허가를 취소했다. 폐간의 근거는 "정부군이 실탄을 사용해 승려 등 민간인을 죽였다"고 보도한 이라와디의 지난달 기사였다. 군부는 "정부군의 반론도 싣지 않는 이라와디의 보도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군부의 폐간 조치에도 이라와디는 굴하지 않았다. 쿠데타 직후 해외로 편집국을 옮긴 이라와디는 신문 지면 발행을 포기하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영문 뉴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날도 이라와디는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최근 흰 아기 코끼리를 수도 네피도로 이송해 기념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인들은 흰 코끼리를 숭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권력의 정당성을 얻지 못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동물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 한다는 취지다.

이라와디는 "흘라잉 사령관은 아기 코끼리에게 '라타 난다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며 "하지만 '국가의 번영과 행복'을 뜻하는 코끼리의 이름은 쿠데타로 불행에 빠진 조국의 상황과 정반대"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군부는 '눈엣가시'인 이라와디의 활동을 막기 위해 지난해 연말 양곤에 있는 구 이라와디 편집국을 두 차례 급습한 바 있다. 당시 보안군은 현지에서 해외 편집국과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따웅 윈 전 편집국장을 체포했을 뿐 현장 취재기자 및 핵심 취재원을 붙잡을 수 없었다. 군부는 현재 윈 전 국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탄압받는 현지 언론, 그래도 취재는 계속된다

지난해 3월 미얀마 군부 보안군 병력이 들이닥친 '미지마 뉴스' 편집국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지난해 3월 미얀마 군부 보안군 병력이 들이닥친 '미지마 뉴스' 편집국의 모습. 미얀마 나우 캡처

군부의 언론 통제는 쿠데타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 발발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반군부 시위현장을 영문기사로 타전하던 '미얀마 나우'와 시위 현장을 생중계한 '미지마 뉴스' 등 5개 언론사부터 강제 폐쇄했다. 이후 군부는 까마윳 뉴스 등 반군부 민주진영 언론사 14곳의 문도 강제로 닫게 했다.

미얀마 대표 영자신문인 '미얀마타임스'의 기자들은 쿠데타 직후 친군부 성향의 경영진에 반발, 편집국을 떠나 프리랜서 기자로 현장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폐쇄 조치된 미얀마 나우와 미지마 뉴스 기자들 역시 기존 취재망을 활용,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 산하 미얀마 언론인 네트워크에 따르면, 전날 기준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체포된 언론인은 159명이며, 이들 중 4명은 구금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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