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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선생님들이 원하는 현장 맞춤 교육정책

입력
2022.11.03 04:30
25면
국가교육위원회 1차 회의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국가교육위원회 1차 회의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중장기 교육제도 틀을 마련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지난 9월 27일 출범했다.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정파를 초월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소속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 경남과 부산지역 50개 고교의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교위 위원 21명 중 일선 교사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단 1명도 없다는 사실은 현장중심 정책 수립에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99%).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공통 애로사항도 확인됐다. △학교현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교육과정 개정과 대입제도 개편 △고교학점제 보완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특히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때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의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주요 정책 가운데서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만이 컸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로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강조하지만, 교사들은 선택과목 폭증에 따른 대체 교사 부족 사태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체 교사를 충원하지 않고 일선 학교에서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학생들을 특정 과목으로 유도할 경우에는 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기존 '담임 교사' 제도가 없어지게 될 경우의 학사지도에 대한 우려도 컸다. 담임제도가 없어지고, 학생들의 수업시간표도 대학처럼 공강이 생기게 되면, 빈 시간에 학생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교사가 없게 된다는 우려였다. 대학이라면 학생 자신이 책임을 지지만 고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만큼, 공강 시간에 학생들을 관리해 주고 지도해 줄 대체 교사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 교사들은 '대체 교사 인력 확보 계획'부터 검토해 주기를 국교위에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다. '상담 보조 교사' 충원 계획을 수립해 학교당 3, 4명을 상주시켜 상담 교사가 공강 시간에 담임 교사 역할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체 교사' 수급 계획 없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면, 교사들은 전공과목 외에도 여러 선택과목까지 가르쳐야 하고, 담임이 하던 학생 생활 지도와 상담 지도를 해 줄 교사가 없으니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99%).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학사관리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오래된 우려 목소리도 여전히 제기됐다. 수능이 끝나면 일선 고교에서는 사실상 고3 수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므로, 대입 정시와 수시를 수능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로 선택과목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생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진로 선택과목 중 일부를 정시에 반영하는 등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교육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교권 추락이므로 교권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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