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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타이베이 대표에 예비역 4성 장군… 대만과 단교 이후 '최고위급' 내정

입력
2022.11.0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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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8월 3일 타이베이 총통부를 찾은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회담하기 앞서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8월 3일 타이베이 총통부를 찾은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회담하기 앞서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정부가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에 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4성 장군)을 내정해 관련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중화민국(대만)에 대사 역할로 예비역 대장을 보내는 건 1992년 단교 이후 30년 만이다. 외교부는 이달 안에 윤석열 정부 2차 재외공관장 인사를 발표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주대만 대사에는 주로 4성 장군 출신 군 최고위급 인사가 기용됐다. 하지만 92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주대만 한국대사관'은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로 지위가 격하됐다. 타이베이는 대만의 수도다.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이라는 명칭조차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정부가 파견하는 대표의 급은 외교부 실(국)장급으로 낮아졌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30년 전 한국과 정상적 외교관계를 맺던 시기처럼 대만의 중요성이 커진 셈이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연설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지역이다. A예비역 대장이 주타이베이 대표로 파견되면 우리 입장에서도 대만의 전략적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그는 초급장교 시절 국내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과의 단교 이전까지 주대만 한국대사는 육해공군 참모총장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 사실상 독식했다. 백선엽(육군)·최용덕(공군)·김종곤(해군) 참모총장 등이 맡은 자리다. 일제 강점기 광복군 총참모장으로 활약한 이범석 대한민국 초대 총리도 주대만대사를 지냈다. 참모총장은 의전 서열상 차관에 앞선다. 정병원 현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는 외교부 국장과 주밴쿠버 총영사를 거쳐 이들과 차이가 있다.

이처럼 중량감 있는 인사를 대만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지자 오히려 대만 측에서 일부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중국의 견제가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대표로 그간 대사급을 보냈던 대만은 올해 조약국장을 지낸 인사로 급을 낮춰 교체한 상태다.

반면 정부가 한미동맹의 가치와 국제사회 연대를 강조해온 만큼 미국이 중시하는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한국이 참여를 저울질하는 미국 주도 공급망 협력체 '칩4'에 대만은 적극적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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