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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의 네이버' 식자재 유통 혁명 일으킨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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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등 외식업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식자재 공급이다. 각종 음식재료를 적절한 시기에 싸게 공급받지 못하면 식당을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외식업에서는 식자재 공급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식당은 주먹구구식으로 식자재를 공급받았다. 그렇다 보니 재고 관리는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었다.
임사성(45) 대표는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식자재 유통시장을 디지털로 바꿔보고자 2016년 신생기업(스타트업) 마켓보로를 창업했다. 삼성 CJ 아워홈 등 대기업까지 줄줄이 뛰어든 이 시장에서 임 대표는 대기업들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비결은 '순댓국집 할머니도 국밥 말다가 주문할 수 있는 쉬운 앱'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식당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국내 식자재 시장 규모는 연간 55조 원에 이른다. 워낙 큰 시장이어서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지만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중소 유통업체이다.
대기업이 힘을 못쓰는 이유는 파편화된 시장 특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식자재 유통은 구두 주문에 의존했다. "식당마다 요구하는 재료와 시기가 달라 맞추기 힘들어요. 전날 전화나 카카오톡 메신저로 식재료를 주문하면 다음날 식당 앞에 쌓아놓고 가죠. 배송 가능 거리에 있는 공급업체가 인맥으로 영업하는 시장이죠."
그렇다 보니 배달 사고와 미수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구두로 주문해 서로 소통이 잘못되면 엉뚱한 재료를 배송하죠. 오배송률이 평균 15%예요. 미수금 문제는 심각해요. 재료를 먼저 받고 한꺼번에 월말 정산하는데 장사가 안된다며 결제를 미루죠.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당 문을 닫고 사라진 경우도 많아요."
미수금 문제는 식자재 유통시장이 파편화된 가장 큰 원인이다. "식자재 공급업체들은 연 매출의 10% 이상 미수금이 발생해요. 식자재 유통 이윤이 7~15%여서 미수금이 10% 이상이면 적자죠. 그래서 식자재 공급업체들이 숱하게 망해요. 여기 뛰어든 대기업들도 영업이익률이 기대보다 안 좋죠."
이런 문제를 임 대표는 2016년 '마켓봄' 서비스를 개발해 해결했다.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인 마켓봄은 컴퓨터(PC)나 스마트폰으로 식당에 필요한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할 수 있다. 따라서 소통 오류로 주문이나 배달이 잘못될 염려가 없고, 미수금 문제도 실시간 결제를 통해 해결했다. "외상 거래도 가능합니다. 식자재 공급사에서 거래 식당에 외상 액수를 설정하면 거래할 수 있죠."
마켓봄은 식자재 공급업체 못지않게 식당들에 편리한 서비스다. 여러 식자재 업체에서 재료를 공급받는 경우 여러 통의 전화 주문을 해야 하지만 마켓봄에서는 거래처를 모두 등록해 놓고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다. "이용 식당 중 전국 500개 가맹점을 가진 유명 식당 가맹점 업체(프랜차이즈)가 있어요. 이 업체는 꼬막, 참기름, 채소, 쌀 등 각종 식재료를 여러 군데에서 자동으로 공급받아요. 마켓봄이 재료별로 모자라는 물량을 파악해 자동 주문하죠."
임 대표가 마켓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편의성이다. "한평생 식당 일만 한 할머니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전화로 주문하던 사람들이 디지털 서비스로 넘어오기 힘들죠."
편리함 때문에 전국 2,500여 개 식재료 공급사가 마켓봄에 들어왔다. "국내 2만5,000개 식자재 공급업체 가운데 10%가 마켓봄을 쓰죠."
이용료는 월 8만8,000원이다. "식자재 공급업체들만 비용을 내고 식당은 무료로 이용해요.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비용을 내도 주문 접수와 재고 확인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 시간을 아낄 수 있죠. 아울러 미수금이 대폭 줄어 이윤을 높여줘요."
단 마켓봄은 식자재 공급업체들이 거래처로 등록한 식당만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다. "공급업체에서 이용을 허락한 식당에만 주문할 수 있는 이용자번호(ID)를 부여해요."
임 대표는 마켓봄과 달리 모든 식당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 '식봄'도 2020년 선보였다. PC와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봄은 식자재 유통 정보를 제공하는 '요식업의 네이버' 같은 서비스다. "식당을 처음 하면 재료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난감해요. 옆 식당에 물어봐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그러면 할 수 없이 매일 소매가격으로 장을 봐야 해요. 식당의 경쟁력은 맛과 원가 절감인데 옆 식당보다 재료를 비싸게 사면 돈 벌기 힘들어요 그래서 초보 식당들이 망하죠."
초보 식당 주인들은 프랜차이즈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각자 필요한 식재료 공급업체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식자재 공급업체들은 물류 창고 비용이 싼 외곽에 주로 있어요. 그래서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볼 수 없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프랜차이즈에 가입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식재료 비용을 비싸게 받는 곳들이 많아요."
임 대표는 식자재 공급업체들의 개방형 장터(오픈몰)인 식봄을 통해 식당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마켓봄에서 거래량이 많은 경쟁력 있는 식자재 공급업체들을 파악해 새로운 고객을 보내줄 테니 식봄에 입점하라고 권유했죠. 여기 동의하고 식봄에 입점한 식자재 공급업체들 정보를 식당에 제공해요. 그러면 식당들은 쇼핑몰처럼 필요한 식재료를 이들에게 주문하죠."
식자재 유통은 거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가격이 싼 공급업체가 있어도 거리가 멀면 안 된다. 그래서 식봄에서는 식당 위치를 중심으로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다. "식당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면 가까운 식자재 공급업체 목록이 떠요. 여기서 원하는 재료의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하면 됩니다."
어떤 재료를 사야 할지 모르면 음식 종류를 선택해도 필요한 재료가 나타난다. 음식마다 조리법을 조사해 식재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모아 놓았기 때문이다. "영양사와 요리사들을 고용해 6개월 동안 음식 1만 종의 조리법을 조사해 식재료 목록을 만들었어요."
식봄도 식당들은 무료 이용이고 식자재 공급업체들만 주문 건당 수수료를 낸다. "식당에서 주문한 가격의 4.5%를 수수료로 받죠. 식자재 공급업체들은 수수료를 내도 가만히 앉아 거래처를 늘릴 수 있어 유리하죠."
덕분에 임 대표는 거래액 기준으로 대기업을 이긴 사례가 됐다고 자부한다. "국내 식자재 유통 1위 CJ프레스웨이의 연간 거래액이 2조5,000억 원 정도 됩니다. 올해 마켓보로 거래액이 이를 넘어가죠.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긴 사례입니다. 내년이면 거래액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연간 거래액 6조 원을 넘어설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제일 큰 식자재 유통 장터가 되는 거죠."
임 대표는 이를 데이터의 힘이라고 믿는다. "국내에서 식재료 유통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어요. 인공지능(AI)이 어떤 음식점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마켓봄을 분석한 자료를 갖고 있죠. 이 자료는 네이버, 쿠팡, 삼성, CJ 어디에도 없죠. 이들은 각자 물류센터에서 나가는 물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공급받은 업체들이 어떤 식당에 팔았는지 알 수 없어요."
이런 가치는 대기업에서도 알아봤다. 지난 8월 CJ 프레시웨이는 마켓보로에 403억 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투자사로 참여했다. 이로써 임 대표는 누적으로 6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임 대표의 창업은 가난했던 시절 식당 일을 한 경험에서 나왔다. "집안이 어려워 고등학생 때부터 공사장, 공장,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1998년 라면집을 차렸는데 잘 안됐죠. 그때 식자재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알았는데 20여 년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어요."
돈을 버느라 대학도 25세 때 뒤늦게 갔다. "모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가 중퇴했어요. 병역특례로 개발업체에서 일하다가 창업 제의를 받아 2006년 서버 접속량을 분산처리해주는 솔루션 개발업체 블루제타를 창업했죠."
첫 창업으로 곧잘 돈을 번 그는 회사 매각 후 2008년 두 번째로 유통관리 솔루션업체 주다스컴퍼니를 창업했다. "그때 유통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죠."
2009년 미국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은 일대 전기가 됐다. "아이폰을 보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국내에 들어오기 전 해외에서 아이폰을 구입해 앱 개발을 시작했죠."
그렇게 동영상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제타앱을 세 번째로 창업했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를 받지 못해 사업을 접고 2011년 네 번째로 뮤직톡을 창업했다. "개인들이 유튜브에서 수집한 음악으로 재생 목록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였어요. 하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저작권을 문제 삼아 1년 만에 접었죠."
2013년 다섯 번째로 외주 개발사 엠커넬을 창업해 모바일 앱을 만들어 주는 일을 했다. 그때 식재료 공급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식당들의 말을 듣고 2016년 마켓보로를 창업했다. "외주 개발사도 잘됐지만 우리 일을 하고 싶었어요."
현재 마켓보로는 마켓봄과 식봄 두 가지 서비스 때문에 개발자가 많이 필요해 직원이 100여 명에 이른다. 거래액은 조 단위에 이르지만 수수료 매출은 지난해 10억 원 수준이다. 그래도 디지털의 편리함 덕분에 고객이 늘며 매출도 뛰고 있다. "올해 20억 원 매출이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식자재 유통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데이터분석팀과 AI팀을 만들어 관련 기능을 개발하고 있어요. 데이터를 이용해 식자재 유통시장을 혁신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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