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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도어스테핑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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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01년 9·11 테러 발생일 저녁,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 공격으로 강철 구조물이 산산조각 났을지언정, 미국인의 강철 같은 의지에는 흠집조차 낼 수 없다”며 국민통합을 호소했다. 또 부상자 구호와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국민을 안심시킨 뒤, “미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적을 물리쳐 왔으며, 이번에도 반드시 적을 물리치고야 말 것이다”라고 응징 의지를 밝혔다. 최악의 참사를 맞아 대통령은 국민의 중심에 굳건히 섰고 국민들은 90% 지지로 호응했다.
□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은 침묵과 노래로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2015년 찰스턴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에서 그는 추모 연설 도중 한동안 말을 멈추었다가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전하려 한 슬픔, 위로, 치유의 메시지는 합창을 함께 한 6,000여 명 추모객을 넘어 생방송을 지켜본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언론은 이때를 오바마 재직기간 중 가장 기억될 순간으로 평가했다.
□ 201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늦게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비판받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다음날 실종자 가족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을 규명할 것”이며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엄벌하겠다”고 단언했다. 나중에 그 해법이 ‘해양경찰 해체’로 오도되고 “순수한 유족” 운운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실망했지만 최소한 사고 직후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이 기대했던 바였다. 지지율도 올랐다.
□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적절했으나 1일부터 국가애도기간 중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것은 의외다. 7월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했을 때처럼 실언을 막으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대형 참사와 위기에 국가 리더는 “책임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국민이 신뢰와 안도감을 회복하며 리더를 중심으로 뭉친다. 위로와 통합, 책임의 메시지가 가장 필요한 때에 입을 다무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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