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빛과 처절하게 싸웠다" 서로 다른 17만개 색깔의 냉장고 탄생 비결은

입력
2022.1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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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서 전 세계 눈길 사로잡은 'LG 무드업 냉장고'
세상에 없는 냉장고 개발한 3인 인터뷰
패널에 LED 부착해 교체 없이 나만의 디자인 구현
"빛 샘 현상 막고 균일한 색 만드는 데 2년 넘게 걸려"

LG전자 홍보 모델이 'LG 씽큐' 앱에서 터치만으로 냉장고 색상을 변경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 홍보 모델이 'LG 씽큐' 앱에서 터치만으로 냉장고 색상을 변경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은 LG전자의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 냉장고'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냉장고는 패널에 발광다이오드(LED) 광원과 빛을 고르게 퍼지게 하는 도광판을 붙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색상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냉장고 상칸 22종, 하칸 19종의 색상을 조합하면 17만 개가 넘는 나만의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LG전자를 비롯해 가전업체는 '비스포크'나 '오브제컬렉션' 등 냉장고 패널을 붙였다 뗐다 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업체들은 기존 백색가전의 대표 제품인 냉장고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다양한 색상을 접목할 수 있다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집중 공략한 결과 올해 LG전자 냉장고 라인업 중 오브제컬렉션의 판매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LG전자 냉장고 개발팀은 생각보다 패널을 교체하는 소비자가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패널을 교체하는 데 개당 10만~50만 원이 들고, 설치 기사도 따로 불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다.



"패널 교체에 수십만원…무드업 냉장고 개발한 이유죠"

LG전자 냉장고 패널 교체.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LG전자 냉장고 패널 교체.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1일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서 만난 김명상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은 "냉장고를 한 번 사면 10년은 쓰는데 보다 쉽고 간단하게 냉장고 디자인을 본인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없느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를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차세대 냉장고의 모습을 그리던 LG전자 냉장고 개발자들은 2년 전 '물리적 패널 교체 없이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했다. 마치 TV처럼 LED를 접목해 디자인을 시시때때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데는 쉽지 않았다. 그들이 기술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등록한 특허만 40개가 넘는다.

김정훈 키친어플라이언스모듈러개발2팀 팀장은 "TV는 제품 바깥에 테두리(베젤)가 있어 빛이 새어 나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지만 냉장고는 테두리를 따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어려웠다"며 "빛이 너무 민감해서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새어 나오기 때문에 암실에서 테스트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무드업 냉장고에는 패널 하나당 빛을 방출하는 적색·녹색·청색(RGB) 칩이 276개가 들어갔다. 수천 개의 패널을 폐기한 끝에 각각의 칩에서 빛이 나와서 냉장고 패널 전체에 일정한 색상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LG전자 TV 사업부의 도움도 받았다. 정혜선 LG전자 H&A공통기술연구실 연구위원은 "언뜻 보면 냉장고 패널 색상이 바뀌는 단순한 구조로 생각할 수 있지만, 냉장고 업계에선 한번도 쓰지 않았던 기술들의 집약체"라며 "TV 사업부와 협업하면서 어떻게 LED를 설계해야 하는지, 빛이 어떤 방식으로 퍼지는지 등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고 말했다.


TV 사업부 도움 받아가며 기술 개발, 특허만 40개 이상

왼쪽부터 정혜선 H&A공통기술연구실 연구위원, 김명상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 김정훈 키친어플라이언스모듈러개발2팀 팀장. LG전자 제공

왼쪽부터 정혜선 H&A공통기술연구실 연구위원, 김명상 키친어플라이언스상품기획팀 책임, 김정훈 키친어플라이언스모듈러개발2팀 팀장. LG전자 제공


내부를 항상 차갑게 유지해야 하는 냉장고 특성상 열을 내뿜는 LED가 적합한지를 두고도 걱정이 많았다. 김 팀장은 "열을 방출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하고 최적의 소재를 찾아야 했다"면서 "에너지 효율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접근이 없으면 자동으로 LED가 꺼지는 센서와 주변이 어두워지면 스스로 조도를 낮추는 기능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따르면 하루 11시간 무드업 기능을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이 월 2,700원 추가된다.

기존 패널 교체 냉장고의 한계를 극복한 만큼 경쟁사가 비슷한 콘셉트의 냉장고를 출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테두리를 없애는 기술, 열을 빼는 공학설계, LED를 패널에 부착하는 부분 등 수십 개의 특허를 출원했죠. 경쟁사가 쉽게 구현하기는 어려울걸요."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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