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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이중고에... 빚 갚는 가구만 소비 줄였다

입력
2022.10.30 15:00
수정
2022.10.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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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부담 가구 월평균 이자 23만 원
현대경제연구원 "고용시장 안정화를"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시중 은행 지점 입구에 전세 자금 대출과 직장인 신용 대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시중 은행 지점 입구에 전세 자금 대출과 직장인 신용 대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에 고금리가 겹치며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빚 없는 가구와 달리 대출 탓에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가구는 이미 쓸 돈이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소비 지출은 다시 확 쪼그라들었다.

3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고조되는 이자 부담 가구 중심 가계소비 위축 가능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자 부담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이자 부담이 없는 가구가 소폭(2.5%)이나마 지난해에 비해 소비를 늘린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자를 부담하느냐와 상관없이 다 떨어졌지만 하락폭이 달랐다. 68.5%에서 65.5%로 3.0%포인트 내려간 빚 없는 가구보다 이자를 내야 하는 가구(72.5%→66.6%)의 내림세(5.9%포인트)가 두 배 가까이 가팔랐다.

물가가 갉아먹는 구매력도 이자 부담 가구가 더 컸다.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가구(7.2%)와 이자를 부담하는 가구(6.2%) 간 올 상반기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 격차는 1%포인트나 됐다. 고물가 탓에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건 이자 부담 여부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였지만,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가구가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손해가 더 심했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이자 부담 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의 35.7%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그만큼 빚을 얻은 가구가 늘었다는 얘기다. 해당 가구 비중은 2020년 상반기(31.8%) 이후 증가세다. 이자 부담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이자 비용은 23만 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장기화하는 고물가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금리는 이자 부담 가구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계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고,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시장금리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현경연 동향분석팀 신지영 연구원은 “이자 부담 가구는 실질 구매력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가계의 소비 성향과 실제 소비 지출도 크게 약화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에 필요한 정책 노력으로 △물가 안정 △고금리 취약계층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 재유행 예방 △민간 고용 시장 안정화 등을 제안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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